5000개 점포 日관광객 필수코스…맞춤의류점도 '부활의 옷' 준비
[ 강창동 기자 ] 종로광장전통시장(광장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904년에 국내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문을 열어 올해 111년째로 접어들었다. 구한말 당시 광교와 장교 사이에 형성된 시장이라고 해서 광교의 ‘광’자와 장교의 ‘장’자를 한 자씩 따서 광장시장으로 불렸다. 특히 한복원단, 양복지, 양장지, 커튼, 침구류 등 직물 도소매상들이 많은 시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점포 수가 무려 5000여개에 달하며 2000년 2월에 70여개의 품목별 상우회가 상인총연합회를 결성했다.
광장시장의 5000여개 점포 중 장사가 가장 짭짤한 곳은 먹거리장터의 200여개 가게들이다. 원래 야간장사를 하는 직물상가 상인들과 새벽에 물건을 떼러 오는 소매상들이 밤참과 아침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 먹거리장터였다. 정식 점포도 아니고 좌판 형태로 생겨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먹거리장터가 광장시장의 상징물로 위상이 역전됐다.
김사직 종로광장전통시장 상인총연합회 회장은 “직물은 중량이 많이 나가 넓은 주차장이 필수적인데, 광장시장은 주차공간 문제가 해결이 안돼 동대문시장으로 직물상권이 상당 부분 넘어간 상태”라며 “대신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로 먹거리장터가 부각되면서 수도권 전역에서 손님들이 몰려오고 관광객까지 가세해 하루 4만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먹거리장터의 빈대떡과 마약김밥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인터넷으로 워낙 널리 알려져 전통시장을 잘 찾지 않는 대학생들까지 회식장소로 찾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이미 필수 코스다. 순대, 족발, 육회, 만두국수도 싸고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동대문시장에 빼앗긴 직물상권을 부활하는 게 광장시장의 가장 큰 과제다. 지난해 3월 정부로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광장시장 육성사업단’이 생기면서 직물상권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1970년대에는 광장시장에서 파는 직물의 품질이 뛰어나 서울 성북동 재벌가와 청와대에 납품하는 가게들이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물상가에는 개점한 지 30년 이상 된 양복·양장 맞춤집들이 상당수 있다”며 “맞춤집 상인들과 대학교 의상학과 학생들이 팀을 이뤄 머리를 맞대고 맞춤형 의류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인들이 전문가로부터 디자인을 배우는 ‘광장패션스쿨’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 5주간 이론 및 실습 강의를 받는 것으로 수강생은 대부분 시장에 몸담고 있는 상인이나 디자이너들이다.
조병옥 상인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전통시장은 싸구려만 판다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좋은 품질의 패션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란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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