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 최병일 기자 ]
“관광이 문화의 범주를 넘어서 여타 산업과 융·복합해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제주관광의
미래도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및 지역민과의 밀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양영근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지난 14일 이렇게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연간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따라서 이제 제주도도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게 양 사장의 생각이다. 관광객 1000만명 이전에는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1000만명 이후에는 질적인 성장을 통해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 제주시 연동에 있는 제주관광공사에서 양 사장을 만났다.
“제주 관광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관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데도 최근 들어 제주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안타까워요. 중국관광객들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데 도민조차 중국인들이 와서 제주도에 이익되는 게 있느냐고 할 때면 정말 답답합니다.”
제주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4%다. 1~2%에 불과한 다른 지자체의 몇 배 수준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고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제주도 특급호텔의 숙박률이 대부분 84%를 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됐다. 따라서 제주 관광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 사장은 “중국이 새로운 관광법(여유법)을 발효한 이후 부실 여행사가 상당히 정리됐고 저가 상품이나 무자격 안내원 문제도 개선돼 제주 관광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공사 부설 연구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관광법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해 4~9월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반 상가에서 쇼핑한 비율은 23.9%인데 관광법 발효 후 34.6%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비율은 45.9%에서 39.0%로 줄었다. 양 사장은 “패키지보다 개별관광이 늘어나고 소비형태가 지역 밀착형으로 간다는 증거”라며 제주관광의 건전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관광의 현실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에 데려오는) 인바운드 업계가 중국교포가 세운 여행사 한 곳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양 사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1400만명을 넘었습니다. 대부분 싱가포르를 작은 도시국가로 여기지만 실상 싱가포르는 인도와 남중국 일대 허브(관문)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아요. 싱가포르에도 우리처럼 소수의 여행사가 인바운드 업계의 질서를 흐리는 일이 많았는데 관광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이를 해결했죠.”
싱가포르는 ‘유어 싱가포르(Your Singapore)’라는 브랜드를 채택하고 어떤 나라 관광객도 숙박이나 교통, 관광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개별여행객이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어떤 관광지든 쉽게 찾아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도 ‘한국관광’이라는 단어만 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숙박에서 항공, 관광지 입장료까지 누구나 검색할 수 있게 해서 폭리를 취할 틈새를 없애야 합니다. 개별관광객이 쉽고 즐겁게 찾아갈 수 있는 관광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성과 위주의 사업보다 지역밀착형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양 사장의 과제다. 그는 “소비지향적인 축제가 아니라 축제 안에 이야기가 있고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겠다”며 지난해 10월에 첫선을 보인 ‘휴휴 페스티벌’을 예로 들었다. 세계자연유산센터가 있는 거문오름에서 벌어진 이 축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축제의 전형이 됐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자원인 천연염색과 제주 음식, 트레킹, 생태관광 등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힐링축제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축제를 지원하면서 제주 축제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는 계기도 됐고요.”
양 사장은 제주축제는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와 달리 지역의 이야기, 신화, 민속 등에 천착해 연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간 풍습을 축제형식으로 승화해 지난해 12월 말 개최한 ‘돗제’가 그런 사례다. 돗제는 돼지를 뜻하는 제주어 ‘돗(豚)’과 ‘제(祭)’가 합쳐진 말로, 마을에 있는 신을 위해 돼지를 바치는 민간신앙의 하나다. 마을의 전통과 축제를 결합해 독특한 형태의 축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안덕면 덕수리에 가면 도채비(도깨비)신화가 많습니다. 오는 4월에는 도채비를 테마로 한 축제를 열려고 합니다. 관광산업에서 소외된 농어촌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합니다.”
제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 최병일 기자 ]
“관광이 문화의 범주를 넘어서 여타 산업과 융·복합해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제주관광의
미래도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및 지역민과의 밀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양영근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지난 14일 이렇게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연간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따라서 이제 제주도도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게 양 사장의 생각이다. 관광객 1000만명 이전에는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1000만명 이후에는 질적인 성장을 통해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 제주시 연동에 있는 제주관광공사에서 양 사장을 만났다.
“제주 관광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관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데도 최근 들어 제주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안타까워요. 중국관광객들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데 도민조차 중국인들이 와서 제주도에 이익되는 게 있느냐고 할 때면 정말 답답합니다.”
제주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4%다. 1~2%에 불과한 다른 지자체의 몇 배 수준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고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제주도 특급호텔의 숙박률이 대부분 84%를 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됐다. 따라서 제주 관광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 사장은 “중국이 새로운 관광법(여유법)을 발효한 이후 부실 여행사가 상당히 정리됐고 저가 상품이나 무자격 안내원 문제도 개선돼 제주 관광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공사 부설 연구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관광법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해 4~9월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반 상가에서 쇼핑한 비율은 23.9%인데 관광법 발효 후 34.6%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비율은 45.9%에서 39.0%로 줄었다. 양 사장은 “패키지보다 개별관광이 늘어나고 소비형태가 지역 밀착형으로 간다는 증거”라며 제주관광의 건전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관광의 현실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에 데려오는) 인바운드 업계가 중국교포가 세운 여행사 한 곳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양 사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1400만명을 넘었습니다. 대부분 싱가포르를 작은 도시국가로 여기지만 실상 싱가포르는 인도와 남중국 일대 허브(관문)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아요. 싱가포르에도 우리처럼 소수의 여행사가 인바운드 업계의 질서를 흐리는 일이 많았는데 관광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이를 해결했죠.”
싱가포르는 ‘유어 싱가포르(Your Singapore)’라는 브랜드를 채택하고 어떤 나라 관광객도 숙박이나 교통, 관광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개별여행객이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어떤 관광지든 쉽게 찾아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도 ‘한국관광’이라는 단어만 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숙박에서 항공, 관광지 입장료까지 누구나 검색할 수 있게 해서 폭리를 취할 틈새를 없애야 합니다. 개별관광객이 쉽고 즐겁게 찾아갈 수 있는 관광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성과 위주의 사업보다 지역밀착형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양 사장의 과제다. 그는 “소비지향적인 축제가 아니라 축제 안에 이야기가 있고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겠다”며 지난해 10월에 첫선을 보인 ‘휴휴 페스티벌’을 예로 들었다. 세계자연유산센터가 있는 거문오름에서 벌어진 이 축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축제의 전형이 됐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자원인 천연염색과 제주 음식, 트레킹, 생태관광 등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힐링축제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축제를 지원하면서 제주 축제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는 계기도 됐고요.”
양 사장은 제주축제는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와 달리 지역의 이야기, 신화, 민속 등에 천착해 연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간 풍습을 축제형식으로 승화해 지난해 12월 말 개최한 ‘돗제’가 그런 사례다. 돗제는 돼지를 뜻하는 제주어 ‘돗(豚)’과 ‘제(祭)’가 합쳐진 말로, 마을에 있는 신을 위해 돼지를 바치는 민간신앙의 하나다. 마을의 전통과 축제를 결합해 독특한 형태의 축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안덕면 덕수리에 가면 도채비(도깨비)신화가 많습니다. 오는 4월에는 도채비를 테마로 한 축제를 열려고 합니다. 관광산업에서 소외된 농어촌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합니다.”
제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