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제안형 사업 확대
[ 안정락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건설시장에서 대규모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제안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국내외 금융자본과 연계해 도로·발전소·터널 등 각종 SOC를 먼저 건설해주고, 나중에 시설 운영을 통해 투입금과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의 사업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복합단지나 신도시 등 도시·부동산개발사업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우건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추진 중인 ‘스타레이크 시티’(조감도) 신도시 사업이 대표적인 ‘건설사 주도형 제안사업’이다. 그동안 발주처가 내놓는 공사만 수주해오던 행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 스스로 일감을 창출했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 3분의 2에 달하는 207만6000㎡ 부지에 공공·문화·주거·상업·오피스 등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25억달러에 달하며 대우건설이 도시계획부터 금융조달·시공·분양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권상 대우건설 베트남법인장은 “1차로 택지를 조성하고, 일부 토지를 팔아 얻은 수익으로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이 개발 중인 베트남 호찌민 인근 ‘나베신도시’는 수용 인구만 6만8000명(면적 340만㎡)에 달하는 대규모 신도시다. 베트남에서 단일 건설업체가 신도시 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분야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5월 수주한 약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도 대표적인 기획 제안형 사업이다. 한국 건설업체가 따낸 단일 공사 중 최대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한화건설이 설계·조달·시공을 책임지는 ‘디자인 빌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획제안형 공사의 장점을 살려 최대한 원가를 절감하도록 설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민관 합동 사업의 성공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동명·삼안ENG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알제리 ‘하시메사우드 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설계용역을 따냈다. 이 사업은 사하라사막 유전 채굴로 지반 침하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를 대체할 신도시와 물류산업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신도시 면적은 분당의 약 2배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대규모 사업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맞춤형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해외건설·플랜트 수주 선진화 방안’을 제시했다. 선진국의 독무대로 여겨지던 ‘투자개발형 사업’이나 ‘건설사 금융지원사업’ 등에 한국도 진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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