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전으로 위기 뚫는다] 특수·산업紙 엔진 장착…한솔제지, 새 도약 꿈

입력 2014-01-21 07:07   수정 2014-01-21 10:06

유럽업체 인수·500억 설비 투자
발빠르게 사업구조 전환



[ 박수진 기자 ]
제지산업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산업계의 ‘쌀’로 불렸다.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블루칩’ 업종이었다. 그러던 것이 컴퓨터 보급과 정보기술(IT) 확산으로 업황이 꺾이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위기론’에 휩싸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종이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 외에 지난해부터 세 가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난과 과당경쟁에 따른 재고 증가, 정부의 과징금 문제다.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이때문에 업계에서 “이대로 가다간 다 죽는다. 단결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단결해서 새로운 수출 길을 뚫고, 새로운 기술개발과 신산업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 등을 연간 147만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40위권이다. 하지만 한솔 역시 위기의 바람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2008년 1조3300억원이던 매출은 2010년 1조5600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4800억원이었다.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변화와 혁신을 이뤄낸다면 오히려 이런 위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5년까지 ‘글로벌 톱 20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솔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유럽 제지업체 ‘사데스’를 인수했다. 한국 기업이 유럽 제지업체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사데스는 1874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유럽 내 최대 감열지 가공 및 유통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300억원.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고, 튼튼한 판매 네트워크도 확보하고 있다. 한솔은 사데스 인수를 계기로 감열지 제조부터 판매까지의 일관화를 완성, 세계 최대 감열지 수요처인 유럽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솔제지는 다른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쇄용지는 아시아, 북미, 중동, 오세아니아 등에 연간 약 28만을 수출하고 있다. 백판지 등 산업용지는 연간 30만, 특수지는 7만 정도를 수출한다. 한솔제지는 앞으로 수익성이 좋은 감열지 등 특수지종 수출을 집중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생산라인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포장용지로 쓰이는 백판지는 인쇄용지에 비해 수익성이 좋다. 한솔은 2015년까지 장항공장에 500억원을 투자해 고급 백판지 생산라인을 깔 계획이다. 장항공장은 현재 인쇄용지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쇄용지의 지속적인 수요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산업용지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설비 변경작업에 돌입했다”며 “발빠르게 전환작업을 완료하고 아직 초기인 관련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제지는 업계 리더로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친환경 경영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솔제지는 창립 초기부터 전국에 조림활동을 펼쳐 4600만그루의 나무를 가꿔왔다. 국내 기업 중 조림 규모가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조림을 통해 연간 1300억원가량의 공익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부터 전 임직원이 월급의 1%를 기부하는 ‘1% 사랑나눔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모금액만큼을 더 보태 아프리카 학교 짓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 "현장서 아침밥 소통…화합이 혁신 밑바탕"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사진)의 올해 화두는 ‘소통’이다. 그가 2012년 7월 취임한 뒤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직원들과의 만남이었다. 3개월 동안 부서별로 돌아가며 전 직원과 아침 식사를 했다. 직무를 파악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소통만이 창조적 변화와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이 사장은 “현장과의 소통이 곧 창조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촉매제”라며 “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이 모임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취임 첫해처럼 자주 하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장항, 대전, 천안 등 공장 등을 들러 직원들과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다. 주기적으로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있다.

2012년 10월부터는 사내 인터넷 방송도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해 전 직원에게 새로운 회사 방침과 사내 소식을 알리고 있다. 정보 공유를 통해 회사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이해와 화합을 이끌어낸다는 목표에서다.

이런 소통 노력은 공감과 화합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 외에 사업 결실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감열지 생산라인을 확대한 것이나 유럽 제지회사를 매입한 것도 모두 현장 소통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사장은 “현장 직원들이 사장보다 훨씬 시장의 변화와 수요를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이디어를 잘 수행하는 것이 리더의 덕목 중 큰 부분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36개 협력사와 상생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협력사들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들을 챙긴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현재의 제지업계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도 소통과 화합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합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바로 소통과 화합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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