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미래, 집으로 향하다 下] 스마트홈 성공 키워드…'표준화 그리고 소비자'

입력 2014-01-21 08:55   수정 2014-01-21 09:21

차세대 스마트홈 OS 맹주는?…모바일OS 선점 싸움 재현 조짐
'제각각' 통신 규격 표준화 작업 물꼬…소비자 지갑 열게 할 실용성 중요




[ 김민성 기자 ] 스마트홈 산업이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는 삼성전자LG전자, 소니, 하이얼 등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각자 구축한 스마트홈 초기 생태계의 경연장을 방불케했다.

그러나 아직 시장 성공을 단언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스마트홈 시스템을 통합 제어할 표준 운영체제(OS)가 무엇이 되어야하는지, 어떤 통신 규격을 갖출지, 대상 기기 범위는 어디까지 규정해야하는지 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홈 선도업체들은 연결 표준규격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타사 제품과 원활한 연동으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스마트홈 제품들이 필수성 떨어지는 '없어도 그만'인 기능에 가격만 비싸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뚫어야 할 '벽'이다.

◆ 차세대 스마트홈 OS 맹주는?…모바일OS 선점 싸움 재현 조짐

스마트홈은 무엇보다 구성 기기간 운영체제 호환성이 중요하다. 단말기와 제품군, 제어시스템 영역 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스마트홈 시장 선도 첫 경쟁은 운영체제 플랫폼 싸움 임을 뜻한다.

스마트폰 OS 점유율 경쟁에서 애플 아이오에스(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이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구글은 최근 자동온도 조절장치 및 화재경보기 개발 업체 '네스트'를 32억 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구글이 자사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스마트홈 시장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애플은 아직 스마트홈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탄탄한 클라우드 시스템 및 iOS 기반으로 얼마든지 모바일 기기와 TV 등 가전제품을 엮는 스마트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최근 인텔 등과 엽합해 타이젠 공동 OS 개발에 공을 들여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라운드 격인 스마트폰 전쟁에서 독자 OS를 앞세운 애플과 구글에 시장 선점을 내줬던 아픔을 2라운드 스마트홈 대전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상만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기획조정실장은 "가전 중심의 스마트홈에는 무엇보다 운영체제 플랫폼 선점이 중요하다"면서 "무선 스마트홈 시대에 접어들수록 기업들이 각자 스마트폰 운영체제 기반으로 각자 스마트홈 표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제각각' 통신 규격 표준화 작업 물꼬 튼다

제각각인 가전제품 통신규격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홈 기기 간 상호연동성 확보를 위해 인증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올 상반기 스마트홈 기기 인증기관을 선정한 뒤 인증 제품을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호환성 테스트를 할 방침이다. 인증기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가전 기기를 연동시키기 위한 연결 표준규격(SHP, Smart Home Protocol)을 개발, 삼성의 모든 스마트홈 대상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각종 운영체제가 '삼성 스마트홈' 플랫폼과 연동되는 개방형 생태계를 추구한다는 비전이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의료, 건설, 에너지, 스마트 출입통제, 친환경 등 분야 협력사들과 차세대 먹을 거리 발굴에도 적극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안드로이드와 자체 플랫폼인 '웹OS' 기반 시스템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사장은 올해 CES 간담회에서 "당분간은 안드로이드 OS쪽 호환성에 집중할 생각"이라면서 "웹OS가 안드로이드 및 리눅스와 연동되기 때문에 스마트 가전 통합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스마트 홈 성공, 기술보다 소비자 요구 파악이 더 중요"

모바일 연동 기능 탑재로 껑충 뛴 스마트 가전 가격대도 장애물이다. 스마트폰 원격 제어나 시스템 연동 기능 갖췄다고는 하지만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높다. '있으면 좋지만 굳이 없어도 생활에 지장없는 스마트 기능'이라면 소비자들이 당장 지갑을 열 가능성은 낮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약속이나 한듯 올 'CES 2014'에서 스마트홈 초기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가전 시리즈를 동시에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출시하는 가전 4종 세트 '셰프 컬렉션' 내 냉장고 가격은 약 6000~7000달러, 식기세척기 1600~1700달러, 풀오븐 3000달러대다. 모두 구입하게 되면 최소 1만달러(약 1100만원) 수준이다.

LG전자도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에 '키친패키지 사업담당'을 신설하고 프리미엄 주방가전인 'LG스튜디오(Studio)'를 선보였다. 이 역시 오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을 포함한 패키지 제품 가격 역시 1만달러가 넘는다.

삼성과 LG는 미국 등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중상급 계층이 빌트인 가전 소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구매 파워가 있는 얼리어탑터 위주로 초기 시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가전제품 교체주기가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 스마트가전 보급으로 시장이 꽃 피는 시기는 최소 5년 뒤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인공지능 분야 권위자인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스마트홈 성공 제 1조건으로 소비자 요구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만큼 배타적인 편의성을 제공하는지부터 기업이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학원장은 "스마트홈이 기술 주도(Tech-Driven)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만큼 보다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니즈(Market-Driven)를 잘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누군가가 선물로 주면 좋아할 부가 아이템이 아닌 구매하고 싶다는 핵심적이고 독립적인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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