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아베 외면할수록 日 우경화 더 심해질 것"

입력 2014-01-21 21:04   수정 2014-01-22 03:44

'덩샤오핑 평전' 집필한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


[ 박한신 기자 ] “한국과 중국의 국익을 생각하면 두 나라 정상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지 않는 건 실수라고 봅니다.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보듯 국가 간 오해가 계속 이어지면 군사적 충돌도 일어날 수 있고, 그럴수록 일본은 더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년간의 연구 끝에 덩샤오핑의 삶과 그의 시대, 국가전략을 담은 저작 《덩샤오핑 평전》(민음사)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84·사진)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 내부의 상황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일본은 두 나라의 생각만큼 군사대국에 대한 열망이 그리 크지 않고 우익세력의 영향력도 미미하며,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우경화를 크게 해석할수록 일본 우익세력을 더 도와주는 꼴”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미국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이라고 표현했지만 속으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본과의 관계를 닫는 것에 더 깊이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걸 교수는 《덩샤오핑 평전》뿐 아니라 《박정희 시대 : 한국의 전환》《일본은 아직도 넘버원인가?》 등의 저서를 펴낸 동아시아 전문가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중국이 저임금을 앞세운 수출주도형으로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임금이 오르면서 그런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중국이 재도약하려면 ‘창조성’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일본 기업이나 한국의 삼성전자처럼 혁신과 기술 발전에 투자하고 제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에 대해서는 “규모가 커지면서 사고와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투자에 지나치게 신중해진 게 삼성 등 한국 기업에 추월당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관료제 성격이 짙어진 일본 기업보다 가족이 경영하는 삼성의 의사결정이 더 과감했다는 것.

덩샤오핑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교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풍부한 경험을 쌓고 74세에 최고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이 통치자로서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자유를 탄압했지만 똑똑한 지도자였기 때문에 한국을 근대화할 수 있었고, 이 같은 경제적 공적을 함께 보는 게 공정한 평가일 것”이라고 답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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