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눈물

입력 2014-01-22 16:02   수정 2014-02-05 18:19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눈물’이 세간의 화제입니다. CJ그룹으로 부터 '세무 현안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 (미화 30만달러와 시가 3570만원 상당의 프랭크 뮬러 시계)을 받은 혐의에 대한 항소심 공판의 최후 진술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건데요.

한 언론 (조선일보)은 특히 이날자(2014년 1월 22일) 재판정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이 아니라 벌써 ‘세 번째’라고 동정적이지 않는 시각으로 보도해 시선이 꽤 집중됐습니다.이에 따르면 전 전청장은 울먹이면서 다음 진술을 하고선 끝내 눈물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국세청장 취임 축하금 한 번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 천추의 한이다. 어리석게 한 번만 신세 지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걸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대체 그 진술과 눈물의 관련성이 뭐지?“하는 의문을 불러오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 진술이야 말로 동서고금의 ’속담‘이나 ’이론‘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고요.

가령 오세훈 씨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2011년 1월말 자신 블로그에서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을 비판하며 인용해 많이 알려진 러시아 속담이 있는데요.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놓여 있다.” 이는 세상에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전 전청장의 이날 진술을 그 속담에 대입해 보면 ‘결국 CJ그룹의 취임 축하금이 공짜가 아니란 사실을 뒤늦게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얘기에 다름 아닌 셈입니다.

주변에서 “작은 정성”이라는 매우 좋은 뜻으로 포장한 채 사실상 ‘뇌물’에 가까운 ‘촌지(寸地)’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때문에 촌지의 흐름은 보통 ‘갑을관계’로 형성된 사회에서 을 (피권력자)이 갑 (권력자)에게 제공합니다.

그런데 을이 주는 촌지를 갑이 받는 순간 갑을 관계는 순식간에 역전됩니다. 촌지는 공짜를 가장한 이른바 ‘부채’인 까닭이지요.


며칠 전 1월 19일 일요일 오전, MBC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방영[위 사진 TV 촬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잘 알려지다 시피 우범 지대에 창문이 깨진 채로 주차된 차량은 추가적인 범죄를 불러온다는 게 깨진 유리창 이론입니다.

미국 범죄심리학자 조지 켈링이 창안한 이론으로 현대 경영학에서 자주 응용되기도 합니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는 이날 루돌프 쥴리아니 뉴욕 시장이 이 이론을 적용해 이른바 ‘고담시’로 불리던 뉴욕시의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사례를 방송했습니다.

쥴리아니 시장은 뉴욕에서 범죄를 불러오는 ‘깨진 유리창’으로 지하철이나 거리벽면의 그라피티 (예술을 빙자해 스프레이로 그리는 낙서)를 지우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이 방송프로그램은 설명했고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항소심 공판에서 "취임 축하금 한 번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한 진술은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말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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