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이 본격 추진되면서 노정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정상화 추진 계획을 비난하며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된 38개 공공기관 노조들은 경영평가 거부를 결의하는 등 집단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2012년 말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는 443조1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34.8%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493조3000억원)과 지방 공공기관 부채까지 합하면 공공부문 빚은 GDP의 79.3%까지 올라간다. 통상 GDP 대비 부채비율이 80%에 이르면 재정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채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유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부채를 공공기관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킨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부채 책임에서 자유로운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된 일부 공기업들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 연간 학비가 1000만원에 달하는 특수목적고에 다니는 직원 자녀들의 학비까지 전액 지원하고, 순직 직원들에게 산재보험에 따른 보상금 외에 1억원이 넘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한편 1인당 복리후생비가 중소기업의 3~4배 되는 곳도 있다.
물론 정부가 집중점검하기로 한 방만경영 항목은 공공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노조와 단체협약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다. 근로자들의 주요한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어서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앞서 그동안 누려온 과도한 혜택부터 내려놓는 용단이 필요하다.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통제가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공공기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공공기관들은 노사를 떠나 정부의 정상화 대책에 적극 참여해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부채가 획기적으로 축소되고 과도한 복지혜택도 사라져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에 자율경영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자격이 생긴다. 정부의 경영간섭부터 배제하라는 것은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요구다.
김철영 < 법무법인 씨에스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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