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수거한 큰기러기 폐사체를 정밀검사한 결과 가창오리와 같은 H5N8형 AI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가창오리와 달리 큰기러기는 특정 군락지 없이 전국 각지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 사실상 전국이 AI 위험권에 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가축질병관리부장은 “큰기러기가 이동할 수 있는 곳까지 예찰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역당국이 철새의 이동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동림저수지에 머무르던 14만여마리의 철새가 갑자기 사라진 데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먹이를 찾기 위해 주변 농경지 등에 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더 따뜻한 천수만, 영암호 등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전날 밤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에서도 폐사한 가창오리 3마리가 발견됐다. 폐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다면 충남을 비롯한 전북 군산·익산 지역으로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강호를 낀 군산은 1만5000여마리, 인근 익산에서는 6만여마리의 오리를 각각 사육 중이다.
AI의 발병원이 가창오리가 아니라 큰기러기를 비롯한 다른 철새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장형관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철새 간 서로 감염이 가능한 만큼 가창오리가 다른 철새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H5N8형 AI가 발생했다고 확진된 농가는 4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6곳은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까지 살처분대상이 된 닭·오리는 총 40만1000마리로 이에 따른 보상금은 43억90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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