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예고도 없이 참석
[ 정종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원동력은 기업가정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WEF) 주최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 개막연설에서다. 박 대통령은 총회장에 모인 500여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15분간 영어로 연설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세 가지 문제로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소득 불균형을 지적하며 “이런 한계 상황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재편하기 위한 동력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물질적 격차와 디지털 격차에 이어 앞으로는 창의성 격차가 국가와 개인의 부와 행복을 결정짓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창조경제가 저성장과 실업, 불균형이란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구현의 성공적인 결과를 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기업가정신”이라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기업가정신은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구슬을 새 시장과 일자리로 꿰어내는 실과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가정신 구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장벽을 제거하고 기업가가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거시경제 정책이나 노동시장 정책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다보스 컨센서스’를 제안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과거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워싱턴 컨센서스’(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의 대외 확산 전략)의 대안을 제시하라는 도전을 받고 있지만 새로운 컨센서스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 성장을 달성하는 원동력은 기업가정신밖에 없다는 다보스 컨센서스를 대안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후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남북 통일 관련 질문에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주변 동북3성은 물론 러시아 연해주에도 투자가 연계돼 한국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 대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박 대통령의 개막연설 장소에 예고 없이 나타나 맨 앞줄에 앉아 연설을 들었다. 연설 후 두 정상의 별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의 밤' 빛낸 미키 리, 싸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는 두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표주자로 참석한 이미경 CJ 부회장과 가수 싸이가 그 주인공.
이 부회장은 작년 8월 청와대를 방문한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키 리’(이 부회장의 영어 이름) 도움이 컸다”고 언급할 정도로 문화계 영향력이 큰 인사다. 싸이를 이번 행사에 초청한 것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좀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부회장은 이번 행사에 CJ의 한식 글로벌 브랜드인 ‘비비고’ 음식을 준비해 호평을 받았다.
특별 초청된 싸이는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소개할 만큼 행사장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한국 대표로 건배사를 맡은 싸이는 “내 직업이 가수인데, 이런 행사에 온 것 자체가 창조경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다보스=공동취재단/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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