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삼성전자가 작년 배당을 전년보다 80%가량 높인 데 이어 올해 더 늘린다. 성장 둔화 우려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배당 압력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24일 4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2014년 배당을 잉여현금흐름 비중 기준으로 상당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명진 IR담당 전무는 “올해 배당 목표는 2013년보다 상당히 증가한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2013년 기말배당을 전년(7500원)보다 84% 늘어난 보통주 1주당 1만3800원으로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2조816억원이다. 중간배당(500원)을 포함하면 작년 말 잉여현금흐름(추정) 24조원의 9% 수준이다. 이 비중을 더 높여 배당금 총액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의 불만이 커져서다. 삼성전자는 이익은 급증했지만 2012년 배당을 주당 8000원만 줬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액 비율)은 6% 정도로 그전의 10~15%보다 낮아졌다. 작년 3분기부터는 주가도 떨어졌다. 최근 삼성 고위 관계자는 “주가는 오르지 않는데,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배당하지 않으니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투자자가 꽤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11월6일 애널리스트데이 때 배당을 시가의 1%로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만족하지 않았다. 경쟁사 애플의 시가배당률은 2.6%, 마이크로소프트는 3.10%로 삼성전자에 비해 크게 높다.
주주환원정책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총주주수익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시 강한 투자확대 의지를 밝혀 향후 잉여현금흐름 증가가 둔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고 시장은 주주환원을 소극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5일 148만5000원이었던 주가는 최근 120만원 후반까지 밀렸다.
다만 배당을 늘리면 투자 등에 쓸 돈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49.69%에 달해 배당금 절반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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