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부터 '전화 권유' 대출·영업 전면 금지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불법 정보 활용 가능성이 있는 금융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조치를 2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모든 금융사 임원을 불러 이런 지침을 전달하면서 반드시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치를 어겼다가 적발되면 현장 지도와 경영진 면담이 이뤄지며, 개선이 안되면 영업 정지와 최고경영자 문책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3월까지로 예정돼 있으나 정보 유출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면 올해 계속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주부터 온라인 보험사만 빼고 모든 금융사의 전화 등을 통해 대출 모집이나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금융사 임원들에게 준수하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온라인 보험사가 제외된 것은 AXA다이렉트손해보험 등의 경우 업종 특성상 전화 등 비대면 채널로만 영업하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알짜 수익원인 카드슈랑스도 당분간 중지된다. 카드슈랑스란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이 상품은 전화로 판매된다.
다수 전화상담원이 우수 고객을 위한 보험이라고 선전하면서 비과세 저축 보험 가입을 많이 권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 이자를 준다', '연 50%의 이자율이다', '정기 적금보다 낫다'며 현혹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중도 해지 시 원금 보장이 안 될 수 있다'든가 '10년 이상의 장기 상품이다'라는 설명은 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소지가 크다.
카드사가 보험사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가 방카슈랑스 판매로 은행에서 받는 수수료보다 4~5배 많다.
카드슈랑스 판매는 2012년 1조5428억원에 달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등은 최근 전화상담원을 이용해 보험 상품을 속여 팔다가 대거 적발돼 금감원의 중징계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는 영업이나 대출 모집 모두 중단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방카슈랑스처럼 은행 창구에서 보험 판매를 권유하는 등 대면 형태의 대출 모집이나 영업은 가능하다.
대출 모집인이나 대부 중개업자도 고객을 직접 만나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경우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금융사는 27일부터 영업점 밖에서 이뤄진 대출 승인 시 불법정보 활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금융사는 고객에게도 대출 안내나 모집 경로를 직접 문의해야 계약이 이뤄진다.
◆ 국민불안 해소되나...업계는 볼멘소리
금융당국이 전화를 통한 대출 모집과 영업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의 연장 선상이다.
당장 영업 활동에 직격탄을 맞게 된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금융사들은 '너무한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억여건의 카드사 정보 유출로 금융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심해서 금융당국에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분위기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이런 초강경책을 들고 나온 데에는 불법 정보가 이용·활용될 수 있는 그물망을 최대한 넓힘으로써 개인정보 불법 유통시장을 없애고, 이를 통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평소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전화 영업'이 이번 사태에 자칫 기름을 붓는 격으로 작용할 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객들은 이번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라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사들의 전화 영업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 행해져 원성을 사고 있다.
2012년 기준 텔레마케팅 방식의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율은 흥국생명 44.4%, 미래에셋생명 28.8%, 동양생명·KB생명 27.7%, 동부생명 26.5%에 달한다.
이는 전체 불완전판매율이 KB생명(19%), 우리아비바생명(14.3%), 동양생명·흥국생명(14.2%), AIA생명(13.6%) 등인 것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정보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사의 영업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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