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글로벌 PEF 스타' 키우기…'高수익 모험투자' 야성 찾아라

입력 2014-01-26 21:56   수정 2014-01-27 03:45

(5)·끝-한국판 블랙스톤 만들려면

전문가 조언
연기금 의존 '안전투자'
극복해야 질적 성장
우수 인재 끌어모아야

'기업사냥꾼' 오명 벗고
펀드 실력·도덕성 입증



[ 허란/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 26일 오후 1시 34분


국내 사모펀드(PEF)는 도입 10년 만에 자본시장의 한 축이 됐다는 말을 들을 만큼 급성장했다. 상시 구조조정 여력이 없는 기업을 대신해 산업 구조조정을 풀어나가는 ‘가교(架橋)’ 역할까지 자임할 정도다. 정부도 규제완화 카드를 빼드는 등 PEF에 힘을 실어줄 태세다.

하지만 불어난 덩치만큼의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가시지 않는다. PEF가 국내 기업들의 자본시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블랙스톤 같은 글로벌 PEF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모험 자본가 키워야 실력 늘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최소한의 규제’를 통한 ‘육성’을 강조한다.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려낼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 생태계에 밝은 김기식 민주당 국회의원(정무위원회)은 “제2금융권조차 대기업과 은행계열이 80~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PEF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며 “사모는 공모와 달리 기관투자가 같은 ‘선수’들의 시장인 만큼 규제는 최소한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융권 인재들이 자유롭게 ‘부티크형 운용사’를 만들고 모험적 투자가 늘어나야 자본시장에 활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기금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은 기존 PEF의 질적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 대부분의 PEF가 ‘안전투자’가 주류인 연기금 투자금에 의존하다 보니 고수익 모험투자는 언감생심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자의 지침을 맞추려면 확정적 수익을 내는 저위험·중위험 투자에만 베팅할 수밖에 없어서다. 연기금이 ‘큰손’ 역할을 하면서 PEF의 양적 성장을 이끌어 냈지만 동시에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만큼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PEF협의회 회장인 이재우 보고펀드 공동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MBK나 한앤컴퍼니가 그나마 경영권을 위주로 한 모험적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은 비슷한 성향의 해외 모험자본을 유치했기 때문”이라며 “PEF가 기업 구조조정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이런 형태의 자본을 적극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기금은 운용사(GP)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성기섭 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는 “국내 PEF 운용사들은 투자 전략, 대상, 기대 수익률 등 세부 운용 계획을 보면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며 “다양한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EF 제도를 국내에 도입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정부와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 동안 철로(제도)를 깔았다면 앞으로는 PEF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산업을 키울 단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수 실패 리스크 대비해야

투자금 회수(엑시트) 준비도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PEF가 44조원대 시장으로 덩치가 커지긴 했어도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한두 개 실패 사례만 나와도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엑시트가 안 되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세컨더리(재매각) 시장에 반드시 들어와야 할 게 정책자금”이라며 “금융안정기금,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세컨더리 PEF를 만들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도 “한국 경제가 상시적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는 “기업 구조조정을 PEF에 맡기는 것보다 정책금융이 주도하는 게 기업을 지속적으로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정부가 엑시트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며 PEF 간 거래도 활성화될 것이기에 시장에 맡기면 될 것”이라며 “과거 바이오·그린에너지나 신성장동력펀드 등 정부 자금이 쏠린 분야를 봐도 가격만 오르고 실적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많은 걱정과 비판이 있었지만 규제를 풀었더니 새로운 산업(PEF)이 생겼다”며 “펀드 엑시트에 대한 우려도 마켓(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물 밖으로 눈 돌려야

향후 PEF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으로 단연 돈과 사람이 꼽힌다. 미국의 블랙스톤처럼 ‘글로벌 스타 PEF’를 키워내는 힘은 결국 인재 확보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 의원은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춰 똑똑한 인재들이 PEF 시장에 많이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PEF가 ‘기업사냥꾼’이라는 오명을 벗고 구조조정의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송 실장은 “외환위기 직후 하필이면 부실기업을 싸게 사서 구조조정한 뒤 비싸게 팔고 나가는 해외 벌처펀드가 들어오면서 PEF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며 “토종 PEF가 뿌리내리면서 그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PEF가 시장에서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려면 연기금 등 투자기관들이 블라인드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먼저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 등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금을 배분해 모험자본 투입을 늘려 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란/좌동욱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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