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풍수] 명문종가 '양진당'의 풍수

입력 2014-01-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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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우리나라에는 내력과 가풍을 자랑하는 명문거족이 많고 이들은 종가(宗家)를 중심으로 문중의 결속을 다졌다. 수백년을 이어 내려온 종가는 우리 문화의 근간인 유교 사상이 실현된 곳이다. 가훈과 예절이란 전통문화의 보루이자 씨족에겐 최고의 권위로 인정받는다.

선비향이 물씬 풍기는 한국의 종가 중 안동 하회마을에 위치한 ‘양진당’(養眞堂·보물 제306호)은 ‘덕을 베풀어 만든 명당’이란 의미다. ‘택리지’에 보면 ‘강가 중 살만한 곳으로 하회마을을 첫손에 꼽는다’고 나와 있다. 유명한 ‘충효당’(忠孝堂)은 유성룡 선생이 생전에 살던 고택이 아니라 사후 후손들이 지은 종택이어서 선생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풍산 유씨의 실제적 종가는 양진당이다. 이곳에는 1만명의 목숨을 살려내라는 뜻의 ‘활만인(活萬人)’ 고사가 전해 내려온다.

하회마을을 처음 찾아와 정착한 사람은 유종혜였다. 형편이 넉넉했던 그는 나무를 베어내고 늪지를 메운 뒤 큰 집을 짓고자 했다. 그런데 주춧돌 위에 세운 기둥이 수차례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낙담하며 해결책을 찾던 중 하루는 꿈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그곳은 네가 집을 지을 터가 못된다. 만약 꼭 집을 지으려면 삼 년 동안 활만인을 하라’고 말했단다. 유종혜는 안동과 하회 사이의 큰 고개 밖에 오두막을 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름이면 오이를 대접하고 짚신을 삼아 주었다. 가마솥에 밥을 지어 굶주린 사람을 먹이기도 했다. 결국 수많은 사람에게 적선을 베푸니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후 기둥을 다시 세우니 넘어지는 일이 없었고 몇 해 만에 집을 완성했다. 지금의 양진당 사랑채는 당시 건물의 일부라고 전해진다.

그런데 도대체 왜 활만인이 필요했을까? 늪지를 흙으로 메우고 기둥을 세우면 지반이 연약해 기둥이 쓰러지기 십상이다. 반드시 세월이 흘러 지반이 튼튼해져야 기둥이 똑바로 선다. 그런데 세월만 보낸다면 집이야 지을 수 있지만 훗날 여러 환란 속에 고래등 같은 집이 무사히 보존되리란 보장이 없다. 많은 사람에게 덕을 베풀면 그들이 앞장서 재난을 막아주거나 또는 대비하도록 알려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활만인은 땅이 굳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게 하고 또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주변 사람들에게 보험을 드는 것이다. 풍산 유씨가 한국에서 명문가로 손꼽히는 이유 중 가장 마음에 닿는 이야기다.

얼마 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에 큰 불이 나 북촌댁이 화마에 휩싸일 뻔했다. 목재로 지어진 고택들은 화재에 더 취약해 보다 야무진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설 연휴에 명문 종가인 양진당을 찾아보면 뜻깊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 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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