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0년 세계 첫 상용화 추진
[ 전설리 기자 ]
2020년 2월 오전 7시. 직장인 김윤제 씨(30)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침대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토스터기와 에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킨다. 양치질을 하며 거울을 보니 거울 속에 오늘의 날씨가 뜬다. 영하 5도.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히터를 미리 틀어둔다.
8시 출근길. 자동차를 탄 뒤 ‘자율주행’ 모드를 선택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자동차가 알아서 빠른 길을 찾아 대신 운전한다. 김씨는 편하게 앉아 태블릿으로 주요 아침 뉴스를 확인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가는 길에 등교하는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충돌할 뻔하지만 자동차가 미리 알고 정지, 사고를 피한다.
9시 사무실 도착. 미국 뉴욕 사무실에 있는 동료 직원과 3차원(3D) 입체영상(홀로그램)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마치 옆에 앉아 회의를 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불과 6년 뒤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이 이렇게 바뀔 전망이다. 4세대(4G) 이동통신 LTE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00배 빠른 5세대(5G) 통신기술 덕분이다.
2020년 5G 시대 열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2일 제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래 이동통신 산업발전 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2020년 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1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5G 기술을 적용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이동통신 가입자는 초당 1기가비트(Gbps)급, 통신사 기지국은 100Gbps급으로 빨라진다. 데이터 속도와 단말기 수용 능력 모두 LTE의 1000배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다. 이 속도면 800메가바이트(M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단 1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같은 분량의 영화를 내려받는 데 3세대(3G)는 7분24초, LTE는 1분25초, LTE-A는 43초, 3밴드 LTE-A는 22초가 걸린다.
빨라진 데이터 속도와 함께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IoT),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 홀로그램 등이다. IoT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가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돼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기들은 무선인터넷망으로 연결한다. IoT 시대가 본격화하기 위해 5G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5G 시대가 열리는 2020년에는 세계적으로 약 500억개의 단말기가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임박한 충돌이나 교통 체증을 실시간으로 인지하려면 0.006밀리초의 통신이 가능한 5G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5G 시장에서 총 331조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국내 통신서비스 부문에서만 68조원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4G 진화도 가속화
4G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LTE(75Mbps)보다 두 배 빠른 속도의 LTE-A(150Mbps) 서비스를 시작한 지 반 년 만에 네 배 빠른 LTE-A 기술을 내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 20일 LTE보다 네 배 이상 빠른 데이터 속도를 구현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주파수집성기술(CA)을 적용, 서로 다른 세 개의 주파수를 묶는 3밴드 LTE-A 기술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한 개의 광대역 LTE(20㎒) 주파수와 두 개의 LTE(10㎒) 주파수를 묶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이론상 최대 300Mbps의 속도가 가능하다.
3밴드 LTE-A 서비스는 올해 말 상용화할 전망이다. 개발 단계에 있는 칩셋과 스마트폰 단말기가 나와야 상용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택진 LG유플러스 서비스개발(SD)본부 기술전략부문장은 “3밴드 LTE-A 기술 표준화와 함께 기지국 장비와 단말기를 준비 중”이라며 “연내 서비스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T도 지난 14일 LTE보다 네 배 빠른 데이터 속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KT는 두 개의 광대역 LTE(20㎒) 주파수를 CA로 묶었다. 다음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이 기술을 시연할 계획이다.
서비스 경쟁 치열
통신기술 발달로 통신사들은 치열한 데이터 속도 경쟁과 함께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데이터 속도를 높여야 할 뿐 아니라 가입자가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통화하면서 동영상 위치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유와’와 ‘T전화’ 등을 선보였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올해 초 “빨라진 데이터 속도를 활용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감동적인 서비스를 빨리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T전화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비롯해 홈,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보안 등 5대 핵심 영역에서 20개 이상의 전략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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