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삼성 총장추천 돌연 폐지 왜?…"채용제도 개편 계속 연구"

입력 2014-01-28 10:57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이 28일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안 골자로 추진했던 대학총장 추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그러나 채용 개편안은 다시 꾸준히 연구하겠다고 덧붙여 채용제도 수정 의지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고 "총장추천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이렇게까지 번질지 예상 못했다"면서 "각 대학과 취업준비생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올해 부활시킬 예정이던 신입사원 서류전형 과정도 다시 없애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뜻하지 않은 논란…채용제도 개편 연구는 계속하겠다"

삼성도 대학총장 추천제도가 '대학 서열화', '지방대 차별', '대학 위의 삼성' 등 역풍을 불러온데 당혹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사장은 "새로운 제도에 대해서 뜻하지 않게 대학 서열화, 지역 차별 논란 등이 일어나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총학장추천제 뿐만 아니라 서류전형 등을 모두 유보한다"고 밝혔다.

'스펙 타파, 인성 중시'에 집중코자했던 기본 취지가 왜곡돼 안타깝다는 심경도 드러냈다. 이 사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이 아닌 지원자의 희생정신, 인성 등 우리가 찾지 못하는 부분을 학교에서 찾아서 추천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었다"면서 "어떤 제도든 취지가 좋아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다시 알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삼성은 그러나 채용제도 개편안은 다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편 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대학 총장 추천제는 9000명을 뽑는 신입사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20만명이 넘게 응시인원이 몰리는 등 입사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방식을 오래 고민한 결과물이었다"면 "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는 계속 남아 있다"고 못박았다.

이어 "좋은 의견을 수렴해 연구, 검토하는 과정에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당장 올해 4월 실시되는 삼성 신입사원 상반기 공개채용은 지난해 하반기 방식 그대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 대대적 채용개편 13일만에 다시 '없던 일' 매듭

삼성그룹은 앞서 지난 15일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총장에게 신입사원 서류전형 통과 추천권을 부여하고, 대학 현장에서 인재를 직접 발탁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한 채용 개편안을 발표했다.

추천 객관성 제고를 위해 ▲ 4학년 1학기까지 취득 평점 4.5점 만점 기준에 3.0점 이상(저소득층은 2.5점 이상) ▲ 오픽(OPIc) 성적은 이공계 NH급 이상 ▲ 인문계 IL급 이상 ▲ 토익스피킹 성적 이공계 4급이상, 인문계 5급 이상 등 자격 요건도 추가했다. 오픽은 컴퓨터를 통해 진행하는 영어 말하기 시험이다. 삼성이 채용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도 영어 능력 검증에 활용하고 있다.

당초 3월 14일까지 추천을 마감한 뒤 4월 13일 삼성직무능력평가(SSAT) 시험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학별 총 5000명 추천권을 차등 배분하는 과정에서 인원 수가 공개되자 추천권 다툼 및 보이콧 사태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가중됐다. '대학 서열화', '지역 차별', '대학 위의 삼성' 등 비난 여론에 밀려 삼성의 대대적 채용 개편 정책은 13일만에 없던 일로 매듭됐다.

■ 아래는 이 사장 브리핑 일문일답

▲ 대학총장 추천제와 함께 서류전형도 유보하는 것인가.
= 서류전형도 유보한다. 채용제도는 작년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새로운 제도에 대해서 뜻하지 않게 대학 서열화, 지역 차별 논란 등이 일어나서, 이런 상황에서는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총학장추천제 뿐만 아니라 서류전형 등 모두 유보하는 것이다. 다만, 당초 채용제도 개편안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던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채용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하겠다.


▲ 제도개편에 대한 시한이 있나.

=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금년 상반기 채용은 작년과 동일한 제도로 운영할 예정임. 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는 계속 남아 있다. 어떤 제도든 취지가 좋다고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언제까지 제도를 새롭게 마련하겠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좋은 의견 주면 연구, 검토하는 과정에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

▲ 총장추천제에 대한 반응 예상 못했나.

= 이렇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초 총장추천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이 아닌 지원자의 희생정신, 인성 등 우리가 찾지 못하는 부분을 학교에서 찾아서 추천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었다. 명칭은 총장추천제지만 사실상 교수추천제다. 총장이 어떻게 모든 학생을 일일히 볼 수 있겠나. 교수들이 볼 때 이런 학생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은 화려하지 않지만 인성이 뛰어나다 같은 판단을 해주길 바랐다. 그런 인재를 삼성에 추천하면 삼성도 좋고 본인에게도 좋다고 생각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논란이 일어나면서, 이 제도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 특정시기까지 새로운 제도 나오나.

= 개편안 도입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어 앞으로 계속 연구검토 하겠다. 우선 명확한 부분은 당장 올해 상반기 채용은 작년 하반기 방식 그대로 한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다. 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새로운 채용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다.

▲ 빠르면 하반기부터 달라질 수 있나.

= 그렇게는 말하는 어렵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시한을 정해놓고 개선안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다.

▲ 단기간에 풀어야 할 과제인가. 길게 보고 가겠다는 것인지.

=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든 취지가 좋아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다시 알게 됐다는 점이다. 새롭게 연구하는 제도가 언제까지 마련될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 논란 과정에서 불거진 많은 문제점을 감안해야 될 것 같다. 많은 의견 연구검토과정에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되기까지 과정을 잘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

▲ 상반기 채용 규모는 그대로인가.

= 지금은 채용규모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규모는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그대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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