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니의 몰락을 기억하라

입력 2014-01-28 20:28   수정 2014-01-29 05:10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소니의 신용 등급을 정크 수준인 ‘투기등급’으로 낮춘 것은 예고는 됐던 일이지만 역시 충격적 사건이다. “설마 소니마저…”라는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주력 사업인 TV와 디지털카메라 PC 등의 수익성이 취약한 데다 자금유동성도 아슬아슬한 상태라는 게 무디스가 밝힌 등급 강등 이유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산업상까지 소니는 원점으로 돌아가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할 만큼 일본 경제계의 충격은 크다.

소니는 최근 신형 게임기와 초고화질 디지털카메라 등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부활에 안간힘을 써왔다. 신임 가즈오 히라이 사장이 하나의 소니(One Sony)를 내걸고 각 부문의 벽을 파괴하고 혁신을 꾀했지만 결과는 소니의 편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3월 결산기 순이익은 목표의 6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벌써 내놓고 있다. 소니의 몰락에서 전자왕국 일본의 조락이 읽힌다.

3개월이 멀다 하고 네트워크와 디바이스가 융합된 새 플랫폼이 탄생하며 기존 제품은 썰물처럼 퇴조하는 것이 IT 생태계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도 스마트기기와 연동되고 첨단 하이테크로 갈아입는다. 그러나 소니는 기술의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에서 탈출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소니가 기존 디바이스만 숭배하는 물신주의(fetishism)에 빠져있다고 비판하는 논평도 나온다. 아날로그 명품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니뿐만 아니다. 혁신의 대명사 애플도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으로 어제 뉴욕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8.08%나 급락했다. 모토로라와 노키아는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게임의 대명사 닌텐도조차 사업 모델의 한계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세계적 기업들은 졸면 죽는다는 피말리는 경쟁에 말려들고 있다. 틀을 깨는 혁신에서 한걸음만 머뭇거려도 바로 도태된다. 소니의 몰락을 감상할 시간조차 없다. 지난날의 영광을 노래할 시간도 없다. 삼성과 LG는 소니가 무너져 내리는 이 놀라운 장면을 똑똑이 봐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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