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열 기자 ] 마상무예를 집대성한 조선의 정조(재위 1776~1800·사진)가 한국 말 문화를 빛낸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됐다.
한국마사회는 갑오년 말의 해를 맞아 말 관련 박물관장, 말 문화 연구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한국의 말 문화를 빛낸 12인을 선정해 28일 발표했다. 정조를 비롯해 기마민족 국가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 ‘유하백마도’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1668~1715), 독립군 기병대 교관을 지낸 대한민국 초대 국무총리 이범석(1900~1972), 뛰어난 침술로 어의가 된 조선 후기의 마의(馬醫) 백광현(1625~1697), 국가에 많은 말을 바쳐 임진왜란 극복에 힘을 보탠 김만일(1550~1632), 6·25전쟁에서 빗발치는 총탄을 무릅쓰고 아군의 고지로 포탄을 날랐던 경주마 ‘아침해(레클리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정조는 조선의 무예를 집대성한 종합무예서《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편찬하도록 했다. 규장각의 학자 이덕무, 박제가와 왕실 호위 군대인 장용영의 무관 백동수가 정리한 이 책은 24가지 무예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기존 무예서에 없는 6가지 마상무예를 담고 있어 기병 중심의 정예병을 육성하려고 했던 정조의 의도가 드러난다. 말을 타고 창을 쓰는 기창(騎槍), 말을 타고 쌍검을 쓰는 마상쌍검(馬上雙劍), 말을 타고 초승달 모양의 긴 칼을 쓰는 마상월도(馬上月刀), 말을 타고 도리깨 모양의 무기를 쓰는 마상편곤(馬上鞭棍)의 4가지 전투기술이 눈길을 끈다. 말을 탄 채 끝이 둥근 채로 공을 치며 훈련하는 격구(擊毬), 말 위에서 다양한 재주를 부리는 마상재(馬上才) 등도 수록돼 있다. 이 책 덕분에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긴 한민족의 마상무예가 1990년대 들어서 복원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마사회는 이달 정조를 시작으로 서울경마공원 내 말박물관에서 매달 말 문화를 빛낸 인물을 발표하고 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시할 예정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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