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등급 분류…2회 연속 최하등급 땐 강제 퇴출
학과별 정원은 자율…비인기학과 등 홀대 우려
[ 강현우 기자 ]
정부가 사실상 모든 대학에 정원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개혁에 나섰다. 학생 수 감소로 대학들이 적정 재정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대학 교육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계속 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지역 균형발전과 대학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학 구조개혁은 피할 수도, 더 늦출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9년간 16만명 단계 감축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3월 고교 3학년 학생 수는 64만명으로 현재 대학 정원(56만명)보다 많다. 그러나 학령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고교 졸업생 수는 2018년 55만명으로 대입 정원보다 적어지고, 2023년에는 40만명까지 감소한다. 학령 인구 감소로 지방대와 전문대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대학 미충원 인원의 96%는 지방대에서 나왔고, 그 중에서도 지방 전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정부는 앞으로 9년간 세 차례에 걸쳐 대입 정원을 16만명 줄이기로 했다. 정원 감축과 대학 퇴출을 강제하기 위해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 제정해 강제 감축
대학구조개혁법은 교육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는다. 개혁위는 앞으로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 평가계획, 평가지표 등을 만들고 구조개혁 조치를 심의한다.
개혁위가 오는 5월까지 평가지표를 포함한 평가계획을 마련하면 실제 평가는 전·현직 교수, 산업계 인사 등으로 구성하는 평가단(대학당 10여명씩 파견, 총 400~500명)이 하반기부터 1년가량 진행한다. 평가 결과 대학들은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 등 다섯 단계의 등급을 받는다. 최우수 이외 대학은 등급별 할당 규모에 따라 정원을 줄여야 한다. 정부재정지원사업과 국가장학금 수준도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는 올해부터 모든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에 자율적인 구조개혁 계획과 실적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SKY대’(서울·연세·고려대)도 사실상 강제로 정원을 줄여야 할 처지다.
두뇌한국(BK)21 플러스사업(총 2973억원)에서 서울대 385억원, 고려대 223억원, 연세대가 211억원 등을 받았고 산학협력선도대학(LINC·2388억원), 학부교육선도대학(ACE·573억원) 등에도 상위권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비인기 학과·순수 학문 홀대 우려
대학들은 2013학년도 정원 기준으로 2017학년도까지 4만명을 줄여야 한다. 대학 평가등급별 정원감축 계획은 내년 하반기에 나온다.
정원 감축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간 현재의 정원 비율(63 대 37)에 맞춰 4년제는 2만5300명, 전문대는 1만4700명을 줄인다. 수도권과 지방,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구분은 따로 하지 않기로 했다. 서 장관은 “취업률이 똑같아도 다르게 평가하는 등 대학별 상황과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지방대만 낮은 등급을 받아 무더기로 정원이 감축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급별 정원감축 계획이 나오면 정원 비율에 따라 대학별로 감축 인원이 할당된다. 대학은 2016년 상반기까지 축소 정원을 반영해 학과별 정원을 결정하고 2017학년도 입시에 적용한다.
대학들이 학과별 감축 규모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학과 통폐합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비인기학과나 순수학문이 홀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대학을 평가할 때 특성화 지표를 중시해 특성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순수학문에 특화하는 대학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위 등급인 ‘매우미흡’을 두 번 연속 받으면 강제 퇴출된다. 정부는 사립대 법인이 해산하고 남은 재산을 다른 곳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 정리를 유도할 계획이다.
○“같은 취업률도 다르게 평가”
평가 영역은 크게 공통과 특성화 두 가지로 나뉜다.
공통 영역은 학사운영, 학생선발 및 지원, 교육성과 등을 평가한다. 특성화 영역은 교육, 연구, 산학협력 등 각 대학이 가진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한 특성화 성과와 계획을 따져본다.
각 평가에는 정성지표를 도입한다. 예컨대 교육성과 영역에서 취업 부문을 평가한다면 기존처럼 취업률로만 판단하지 않고 대학이 학생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보겠다는 것이다.
세종=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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