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삼성, 총장추천·서류전형 백지화
상반기 채용 기존방식으로
취준생·일부 대학 반발에 정치권까지 가세하자 접어
발빠른 결정에 '주목'
崔실장 주재 미래전략실 회의 "해명으로 될 일 아니다" 판단
[ 김현석/공태윤 기자 ]
삼성이 28일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도입하려던 총장추천제와 서류전형 도입을 백지화했다. 당초 의도와 달리 대학 서열화, 지역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시작될 2014년 상반기 공채는 기존처럼 서류전형 없이 지원자 모두에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기회를 주는 ‘열린 채용’ 방식으로 치러진다.
◆13일간의 갑론을박, 삼성 ‘백지화’ 선택
삼성이 채용제도 개편을 발표한 것은 지난 15일이다. 매년 공채에 20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SSAT가 ‘삼성 고시’로까지 불리자 서류전형을 통해 응시자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또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는 인재까지 찾겠다며 총장추천제로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삼성마저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하려 한다”는 불만이 취업준비생들로부터 나왔다. 논란은 24일 대학별 총장추천 인원이 공개되면서 커졌다. ‘삼성이 대학 줄세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친 것.
또 영남에 비해 호남 대학들에 배분한 추천자 수가 적은 것으로 드러나자 지역 차별 논란까지 빚어졌다. 민주당은 27일 “삼성이 대학 위에 있다는 발상”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추천자 수가 적은 일부 여자대학들도 반발했다.
삼성은 최근 대학별 입사자 수와 이공계 졸업자 등을 고려해 추천인원을 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반발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삼성이 이날 변경안을 ‘없던 일’로 돌리고 물러섰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총장추천제만이 아니라 새로 도입하려는 제도를 모두 유보한다”며 “올 상반기 채용은 작년 하반기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SAT 문제는 15일 발표 내용처럼 바꾼다. 기존 4개 평가영역에 공간지각능력을 추가하고 역사 등 인문학적 지식에 관한 문항을 대폭 확대한다.
취업준비생들과 대학 측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최정민 씨는 “대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만 서류전형이 없어서 좋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서류전형의 문턱은 낮춰 달라”고 말했다. 유희석 서강대 취업센터장은 “삼성이 대학별 차등이 아닌 100명씩 추천토록 하고 채용 과정에서 원하는 인재를 뽑았으면 이런 거센 역풍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대기업’ 삼성의 재빠른 결정
채용 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던 지난 주말부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바쁘게 돌아갔다. 7개 팀 중 커뮤니케이션팀과 기획팀은 여론 동향이 당초 개편 의도와 다르게 돌아가자 대응에 나섰다.
대학별 총장추천 인원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돼 27일 인터넷 포털을 뒤덮고, 정치권까지 나서자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주재하는 팀장급 회의는 밤 늦게까지 열렸고 결국 “해명으로 될 일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28일 오전 9시 커뮤니케이션팀은 철회안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미묘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채용제도를 바꾸면서 사전에 치밀하게 파장 등을 따져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답지 못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커지자 신속하게 이를 철회한 데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같은 큰 기업이 사회적 반응을 계속 확인해 2주도 안 돼 수정하는 걸 보니 놀랍다”며 “이를 주도한 삼성 미래전략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석/공태윤 기자 realist@hankyung.com
상반기 채용 기존방식으로
취준생·일부 대학 반발에 정치권까지 가세하자 접어
발빠른 결정에 '주목'
崔실장 주재 미래전략실 회의 "해명으로 될 일 아니다" 판단
[ 김현석/공태윤 기자 ]
삼성이 28일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도입하려던 총장추천제와 서류전형 도입을 백지화했다. 당초 의도와 달리 대학 서열화, 지역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시작될 2014년 상반기 공채는 기존처럼 서류전형 없이 지원자 모두에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기회를 주는 ‘열린 채용’ 방식으로 치러진다.
◆13일간의 갑론을박, 삼성 ‘백지화’ 선택
삼성이 채용제도 개편을 발표한 것은 지난 15일이다. 매년 공채에 20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SSAT가 ‘삼성 고시’로까지 불리자 서류전형을 통해 응시자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또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는 인재까지 찾겠다며 총장추천제로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삼성마저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하려 한다”는 불만이 취업준비생들로부터 나왔다. 논란은 24일 대학별 총장추천 인원이 공개되면서 커졌다. ‘삼성이 대학 줄세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친 것.
또 영남에 비해 호남 대학들에 배분한 추천자 수가 적은 것으로 드러나자 지역 차별 논란까지 빚어졌다. 민주당은 27일 “삼성이 대학 위에 있다는 발상”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추천자 수가 적은 일부 여자대학들도 반발했다.
삼성은 최근 대학별 입사자 수와 이공계 졸업자 등을 고려해 추천인원을 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반발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삼성이 이날 변경안을 ‘없던 일’로 돌리고 물러섰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총장추천제만이 아니라 새로 도입하려는 제도를 모두 유보한다”며 “올 상반기 채용은 작년 하반기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SAT 문제는 15일 발표 내용처럼 바꾼다. 기존 4개 평가영역에 공간지각능력을 추가하고 역사 등 인문학적 지식에 관한 문항을 대폭 확대한다.
취업준비생들과 대학 측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최정민 씨는 “대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만 서류전형이 없어서 좋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서류전형의 문턱은 낮춰 달라”고 말했다. 유희석 서강대 취업센터장은 “삼성이 대학별 차등이 아닌 100명씩 추천토록 하고 채용 과정에서 원하는 인재를 뽑았으면 이런 거센 역풍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대기업’ 삼성의 재빠른 결정
채용 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던 지난 주말부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바쁘게 돌아갔다. 7개 팀 중 커뮤니케이션팀과 기획팀은 여론 동향이 당초 개편 의도와 다르게 돌아가자 대응에 나섰다.
대학별 총장추천 인원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돼 27일 인터넷 포털을 뒤덮고, 정치권까지 나서자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주재하는 팀장급 회의는 밤 늦게까지 열렸고 결국 “해명으로 될 일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28일 오전 9시 커뮤니케이션팀은 철회안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미묘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채용제도를 바꾸면서 사전에 치밀하게 파장 등을 따져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답지 못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커지자 신속하게 이를 철회한 데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같은 큰 기업이 사회적 반응을 계속 확인해 2주도 안 돼 수정하는 걸 보니 놀랍다”며 “이를 주도한 삼성 미래전략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석/공태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