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 국회반장)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변했다. 변할려고 노력하고 있다는게 더 정확할 듯 하다.
김대표는 새해들어 중도 보수층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 경제노선의 ‘우(右)클릭’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는 소장 강경파들의 반발에도 ‘꿈쩍’하지 않는 분위기다. 6.4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에도 지지율이 뒤지는 창당후 최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성역이 없다”는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김 대표 스스로도 변하고 있다. 그가 부인 최명길씨와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화보를 촬영한다던지, 설연휴를 모두 반납하고 ‘세배 버스투어’에 나서는 것 등은 예전에 없던 일이다. 자신의 정적이나 마찬가지인 박근혜 대통령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인다. 김 대표는 “예쁜 한복 입은 박 대통령 외교가 겉은 화려할지 모르지만 속은 비었다”고 비난하곤 했다.
평소같으면 거절했을 한복차림, 부부동반, 스케치 촬영 등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주변 참모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지방선거에 도움되면 선(善)이고 도움되지 않으면 악(惡)이다’는 각오를 밝혔던 김 대표가 자신부터 변화를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김 대표에겐 투사의 이미지가 오버랩됐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및 대통령사과를 요구하면서 장외로 뛰쳐나가면서 그에게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의 묵묵부답에 장외 노숙투쟁을 힙겹게 이끌어가면서 그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졌다. 실제 그를 만나면 외부에 비친 이미지와 너무 달라 당황하게 된다.
노숙자 차림으로 수염도 깍지 않은 그와 지난해 점심 한끼를 한 적이 있다. ‘조근조근’ 말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은 현역 정치인중 첫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다. 베스트셀러 작가및 오랜 방송 진행등 경험덕분에 유머감각도 탁월하고, 웃는 것도 즐긴다. 이런 그가 공식석상에만 서면 웃음기를 ‘싹’ 거둔 것은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不通)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수단이었던 셈이다. 김 대표의 ‘정색’이미지는 카운터파트너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조우할때다마 번번이 엇박자를 냈다. 심지어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사람좋게 웃는 황 대표와 ‘눈에서 광선을 뿜는 듯한’ 김 대표의 표정이 대비되면서 보수 중도성향의 국민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김 대표는 29일 부인을 대동하고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들에게 귀성인사를 한 후 곧바로 열차에 올라 다음달 2일까지 전국 일부 지역을 도는 ‘세배 버스투어’에 나선다.
지난해 5월 당 대표를 뽑을 때 국회의원·대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남편의 지원을 부탁하거나, 후배 탤런트 황신혜·김성령씨 등을 전당대회장으로 동원하기도 했던 부인 최 씨는 이번에도 세배 버스 투어에 동행하며 김 대표를 지원한다.(끝)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