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감·국제제재 완화가 목적
원칙과 유연한 대응 구분해야"
김태우 < 동국대 석좌교수객원논설위원 defensektw@hanmail.net >
북한의 평화공세가 심상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데 대해 ‘키리졸브 훈련 중단’ 요구로 어깃장을 놓는가 싶더니 곧이어 ‘상호비방 중단’을 제안했고, 24일에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전제를 빼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대화를 제안함으로써 사실상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했다. 우리가 요구해온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노력도 곁들이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의 책임은 남북 모두에게 있다”는 표현을 통해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였고, ‘김정은 장군의 특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북한이 이 정도의 적극성을 보이는 상황이라면, 조만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도 무방하리라 싶다.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정략적 이해보다 인도주의적 가치를 앞세워온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북한의 대화제의를 환영해야 한다. ‘평화적 분단 관리’라는 대북정책의 목표를 위해서도 그렇다. 남북이 대화를 위해 무릎을 맞대는 것 자체는 남북화해를 촉구하고 군사충돌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그것이 남북상생과 각각의 경제안정을 담보하는 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북한의 제의에 화답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속내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이 시점에 대화에 성의를 보이는 이면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뒤숭숭한 내부를 장악하고 ‘유일적 영도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주민에게 약속한 인민경제 향상을 위해서는 국제제재를 완화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2013년의 로켓발사, 핵실험, 전쟁위협, 잔인무도한 장성택 숙청 등으로 축적된 ‘최악의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장성택 처형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삭이고 미국과의 대화통로를 열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대남 심리전 차원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남남갈등 조장’을 목표로 무차별적 심리전을 전개해왔다. 한국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이 평화공세를 통해 한국사회를 대북 낙관파와 경계파로 양분시킬 수 있는 좋은 시기일 수 있다.
때문에 지금은 북한의 대화제의를 정중하게 다루는 것과는 별개로 북한정권의 속내를 간파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나쁜 상황들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부결속을 위한 외부긴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철저한 응징태세로 도발을 억제해야 하며,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위한 북한의 노력도 줄기차게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 국민이 북한의 무차별적 사이버 심리전에 노출돼 있는 비대칭성을 감안한다면, 섣부른 상호비방 중지 합의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을 더욱 일방적인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평화적 분단 관리’만이 대북정책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꿈을 접지 않는 한 북한의 변화를 촉구, 선도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제안해올 가능성이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고수해야 할 원칙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부분을 구분해 두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자세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북한이 변하고 있다고 성급하게 예단하면서 버선발로 뛰어나가는 경솔한 자세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지금까지 도발, 전쟁위협, 평화공세 등을 번갈아 구사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번 대화가 신뢰를 축적하는 출발점이 될 것인지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
김태우 < 동국대 석좌교수객원논설위원 defensektw@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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