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잘못 했나"…생계 끊긴 10만 텔레마케터의 눈물

입력 2014-01-29 19:41  

뉴스 & 분석 - 전화영업 금지로 '우울한 설맞이'

성공보수가 주수입…영업 못하면 무일푼
금감원 "해고 말라" 금융사 압박하지만
고용 유지해도 기본급 없어 '사실상 무대책'



[ 박종서 / 임기훈 기자 ]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냉대를 받으면서 하루 종일 전화통에 매달려야 겨우 한 달에 200여만원을 손에 쥐는 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당분간 수입이 없다고 생각하니 설 차례상 차리기도 부담스럽습니다.”

3년째 보험 텔레마케터로 일해온 김모씨(47)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하루아침에 밥줄을 끊느냐”며 “해도 너무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의 생계가 막막해진 것은 정부가 오는 3월까지 전화와 이메일, 문자를 통한 마케팅을 전면 중단토록 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3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내린 특단의 조치다.

이에 따라 김씨 같은 보험 텔레마케터뿐만 아니라 전화영업을 주로 하는 카드 모집인과 대출 모집인들은 하루아침에 할 일을 잃게 됐다. 대부업체 대출 모집인으로 일하는 텔레마케터 이모씨(45)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28일 회사에서 ‘당분간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 집안의 가장으로 한 달에 350만원을 버는 데 이번 조치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 씨는 “행여 있을지 모를 범죄를 예방한다고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격”이라고 흥분했다.

금융위원회와 각 금융업권에 따르면 김씨나 이씨처럼 보험 텔레마케팅, 대출 모집, 신용카드 모집 등에 종사하는 사람은 8만2000여명이다. 금융회사 본사 소속이 아니라 소규모 대리점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계약된 금융상품을 갱신하거나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는 전화를 받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해고’나 다름없는 상태에 빠졌다.

금융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금융회사들에 이들의 고용을 유지해 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텔레마케터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텔레마케터와 대출·카드 모집인들은 기본급이 거의 없고 성공보수가 주된 수입원이다. 전화를 할 수 없다면 영업할 수 없고, 따라서 회사에 나와도 돈을 벌 수 없다.

일부 보험사들은 4월에 다시 출근하는 조건으로 교육수당 명목으로 50만원 정도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대부분 금융회사는 고정급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영업을 할 수 없어 손해가 막대한데,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까지 줘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텔레마케터나 대출 모집인에겐 우울한 설이다.

박종서/임기훈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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