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2공장 개선 공사 협의조차 거부
1000억 들인 4공장은 가동도 못해
'신·증설 때 노조와 협의' 단협이 문제
[ 하인식 기자 ] “공장 내부가 비좁아 작업자들 간 엉키고, 안전사고 우려도 높은데 공장 합리화 공사를 반대하는 노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의 한 근로자는 2일 “2공장은 설립된 지 무려 27년이나 지나 울산 공장에서 가장 낡은 설비”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현대차는 올초부터 2000억원을 들여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을 생산하는 2공장의 노후 설비를 전면 교체하기로 했으나 노조가 반발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회사는 2공장 인근에 있는 3300여㎡의 타이어 서브장(타이어를 차체에 결합하는 공정)을 2공장 의장라인 공간으로 편입시켜 작업환경을 개선하려고 했지만 2공장 노조(사업부 대표 및 대의원)가 반대하고 나섰다. 회사는 타이어 서브장 공정을 협력사에 맡기는 대신, 여기서 일하는 50여명 인력은 각자 희망에 따라 전환 배치키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금까지 각 공장 내 타이어 서브장을 외주화한 사례는 없다”며 설비개선 공사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2공장 일반 노조원들은 회사의 설비 합리화를 찬성하는 분위기다. 한 노조원은 노조 게시판을 통해 “타이어 서브장은 다른 공정에 비해 업무 강도가 낮고 인원도 많이 배치돼 일하기 편한 공정으로 소문나 있다”며 “50명의 조합원을 위해 2공장 내 3000여명 근로자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은 4공장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맥스크루즈와 그랜저 스타렉스 주문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1000억원을 들여 4공장 1라인에 대해 시간당 40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완공했다. 하지만 노조 반대로 지금까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4공장 노조대표와 대의원들은 표면적으로는 노동강도가 강화된다는 이유로 증산을 반대하고 있지만 속내는 특근 임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는 주문 물량이 늘어 특근 의존도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올라가면 그만큼 특근 임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완공된 생산라인 가동까지 막는 것은 경영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런 노조 반발은 현대차에서 해마다 악순환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생산라인을 신ㆍ증설하거나 새로운 차종 생산을 시작할 때, 인력을 전환 배치할 때는 단체협약에 따라 반드시 노조와 합의를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 고위 임원은 “차종 변경과 설비 증설을 할 때마다 시달리고, 심지어 여유인력도 전환 배치 못 하는 회사는 우리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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