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없는 벤치마킹은 단순한 모방일 뿐

입력 2014-02-03 06:57  

Small Biz 성공 자영업 길라잡이 - 프랜차이즈CEO 경영노트

한덕희 < ‘하루엔소쿠’ 대표 >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방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방’은 일반적인 범위의 제품에서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등 사업모델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모방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창의력 없는 모방은 경쟁 사업체나 타인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하고 소송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유명한 먹자골목에서는 무분별한 모방 때문에 상인 간 폭력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우스운 것은 이러한 모방이 ‘벤치마킹’이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벤치마킹의 본래 의미는 어느 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를 표적으로 삼아 자신과 비교하고 그들의 뛰어난 점을 배우면서 자기를 개선·발전시키는 경영기법이다. 말하자면 뛰어난 상대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 소화한 뒤 다시 자신의 창의성과 개성을 보태 새롭게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벤치마킹과 모방은 다른 개념이다.

외식사업에 있어서 음식의 조리법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모방을 한다고 해도 그 위법성을 따지기 힘들다. 때문에 아이디어 개발자의 심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것이 최초 개발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필자는 무분별한 모방 때문에 힘들게 아이디어를 낸 최초 개발자가 후발주자들의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에 밀려 낭패를 보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특정 브랜드가 뜨면 우후죽순처럼 유사 브랜드가 생겨난다. 이는 아무리 무한경쟁 시장이더라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예전의 ‘찜닭’ ‘불닭’ 같은 업종이 갑자기 등장해 금세 사라진 것은 바로 모방의 폐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모방은 최초의 개발자나 경쟁자만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창업자나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행위다.

필자는 얼마 전 돈가스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시중에 이름난 돈가스 맛집을 모두 돌아다니며 벤치마킹했다. 그런데 비슷한 메뉴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필자는 벤치마킹한 메뉴를 기반으로 완전히 색다른 메뉴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매장은 연일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 ‘자영업 대란’ 문제도 아무런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남의 것을 모방하는 행위 때문에 생겨난 것일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모방은 모방일 뿐이다.

겉만 비슷하게 흉내낸다고 똑같은 게 아니다. 한 요리의 달인이 말했다. “훌륭한 요리사는 남과 똑같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남보다 뛰어난 요리를 만들 뿐이다.” 이는 외식업에 있어 벤치마킹의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벤치마킹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청출어람(靑出於藍)이기 때문이다.

한덕희 < ‘하루엔소쿠’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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