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A씨(25) 가족 일행 4명이 현지의 소형 어선에 탑승한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 주변 해역에는 마침 태풍 '카지키(Kajiki)'의 접근으로 인해 항해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그러나 다음날 항공편을 타야 했던 A씨 일행은 현지의 어선 선장 스팀슨 수엘로에게 4500 페소(10만7000원)의 요금을 주고 동부도시 다나오까지 자신과 가족 일행을 태워달라고 요청했다.
마침 다나오로 향하려던 인근 인근 주민들도 함께 배에 올라 정원 8명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강풍과 거친 파도를 헤치며 항해하던 어선은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면서 전복됐다.
차디찬 바다에 빠진 이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선체를 붙잡고 밤새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불안과 공포와 싸우던 이들은 다음날 오전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다른 소형 어선에 발견돼 A씨의 형(27)과 부모 등 3명이 먼저 구조됐다.
당시 비좁은 선체로 이들을 모두 태울 수 없었던 어선은 해안경비대 측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해경은 신고접수 후 해당 해역에 구조선박을 출동시켜 수색에 나섰으나 불행히도 이들을 찾지 못했다.
이후 A씨 일행은 태풍에 높은 파도가 일고 돌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기나긴 표류에 들어가야 했다.
이들은 해초류로 굶주림을 채우며 이틀 밤을 버텼으나 체력은 한계 상황으로 치달았다.
극도의 절망과 공포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던 다음날 오전 7시. 인근 해역을 지나던 어선 2척이 천만다행으로 A씨 일행을 발견했다.
무려 40시간에 걸쳐 망망대해에서 이어지던 이들의 처절한 사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구조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검진을 받은 뒤 퇴원했다.
그러나 선장인 수엘로 씨는 A씨가 항해 도중에 갑자기 자리를 옮기면서 선체가 전복됐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수엘로 씨는 경찰에서 또 A씨가 전복된 선박을 붙잡고 표류하던 도중에 손전등으로 선장 등을 때렸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현지 경찰과 협력,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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