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사상 최대 3만8000명 관계인집회 '예고' 동양에 법원 멘붕…"강제인가도 검토"

입력 2014-02-03 11:36   수정 2014-02-04 18:10

㈜동양 채권자 개인투자자 3만8000여명 대상으로 관계인 집회 어떤방식으로 열지 '법원 고심'
피해자 모임 분산, 5000만원 미만 투자자 대다수 때문에 법원 혼란 방지위한 '강제인가'도 고려



이 기사는 02월03일(11: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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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흩어진 3만8000명을 모아라.”

㈜동양의 회생계획안 인가를 앞두고 법원과 동양측이 비상이 걸렸다. 법정관리 기업 사상 최대규모의 채권단을 대상으로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주주와 채권단 등이 모이는 관계인 집회를 열고 전체 담보 채권자의 4분의3, 무담보채권자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동양그룹 회사채·CP피해자는 4만1000여명이고 이들의 투자금액은 약 1조6000억원이다. 투자자가 가장 몰린 ㈜동양만 해도 개인투자자 채권자가 총 3만8000여명이다. 채권단이 3만8000여명에 달하다보니 가결은 둘째치고 3분의2 이상의 의견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법원으로서는 전례없는 상황을 맞이하는 셈이다.

동양은 이달 14일까지 회생계획을 제출하라는 결정을 받고 이르면 3월 중순께 2차 관계인 집회를 열 계획이다. 동양 채권단은 회사채를 매입한 2만8549명, 특수목적법인 티와이석세스를 통해 전자단기사채를 인수한 5100여명, 기타 채권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전자단기사채 인수자는 티와이석세스가 의결권을 위임받으면 되지만 나머지 3만2000여명 가량은 일일히 의견을 물어 최소 2만1000여명의 가결을 받아야 한다. ㈜동양의 현재 최대주주는 34.74%를 가진 동양레저이지만 동양레저 역시 법정관리 중이고, 감자 후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개인 채권자들이 대주주로 등극해 주요 법정관리 의사결정의 주체가 된다.

한 법정관리 전문가는 “주주총회에선 참석자가 과반을 넘으면, 참석자의 의사를 ‘쉐도우보팅(주주가 참석하지 않아도 참석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의해 전체 의사로 여기게 되지만 관계인 집회에선 참석하지 않거나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부결’로 처리된다”며 “2~3차 관계인 집회를 어떻게 열고 어떤방식으로 의결할 것이냐에 대해선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1차 관계인 집회때는 처리해야할 안건이 없고 주로 보고하는 자리여서 1400여명이 몰렸지만 2차·3차 관계인 집회에는 최소 1만명 이상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법원은 1차 집회때 소위 ‘멘붕(멘탈붕괴·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을 경험했다. 채권자가 너무 많아 300~400명을 수용하는 대형 법정 2곳이 동원되고 급기야 참가자들 대부분 복도의 TV를 통해 방청해야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에는 중앙지법 인근 서울 교육대학교 체육관을 빌리기 위해 문의했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우선 채권자 단체들을 통해 최대한 채권자들의 위임을 독려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양피해자 모임은 크게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와 ‘동양 피해자대책협의회’로 양분된 상태다. 하지만 채권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데다 5000만원 미만 투자자들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제각기 목소리를 내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채권단에 따르면 ㈜동양의 전체 개인투자자 3분의 2이하가 5000만원 이하 채권자이며, 24~25%가 영남권 소재이고, 제주도,전라도,충청도에 분포가 많지만 서울 등 수도권 피해자 분포는 16%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 60~70대 고령층이고 여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서면 결의가 가능한 지도 검토하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불가피한 경우 서면 결의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 게다가 서면 결의의 경우 응답율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법원은 관계인집회를 통한 채권자간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고, 혼란이 가중될 경우 강제 회생 인가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경봉/안대규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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