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 국회반장) 민주당내 야성(野性)에 관한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청래 의원이 잔뜩 ‘뿔’이 났다. 이번엔 상대가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아니라 김한길 당 대표이다.
정 의원은 3일 김대표가 4박5일간의 설 연휴 ‘민심투어‘를 끝내고 야심차게 내놓은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등 혁신안에 대해 특유의 독설을 날렸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특권포기 혁신안을 ‘자학적 제살깎기’로 폄하한 후 “국민은 야당다운 야당이 되라는 건데, 번지수 찾기가 이렇게 어렵나”라고 힐난했다. 이어 “지금은 축·조의금이 어떻고가 아니라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은 (불법대선 부정선거) 특검을 어떻게 할 것이냐, (안철수)신당과는 뭐가 다르고 앞으로 야당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 박근혜정권과 어떻게 싸울 것이냐...민주당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 의원의 ‘반기(反旗)’는 특정사안에 대한 견해차가 아니라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노선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최근 6.4지방선거를 겨냥해 당이 내놓은 ‘민심잡기’프로젝트마다 ‘딴지’를 걸고 있다. 안철수 신당출현 등으로 인한 창당후 최대위기상황속에서 당내 계파갈등설의 진원지가 바로 정 의원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 의원은 누구인가. 17대,19대(서울 마포)에 국회에 입성한 그는 새누리당 의원이라면 ‘치를 떨게 할만한‘공격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국정원 댓글 청문회’에선 야당간사를 맡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는 “‘원판김세(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소환이 없는 청문회는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죽어나갈) 독가스실이 될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논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국정원사상 최초로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운 공을 그에게 돌리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전투력에 걸맞게 그는 ‘막말’논란에도 자주 휩싸인다. 지난해 7월에는 “바뀐애는 방빼, 바꾼애들은 감빵을..”이란 트윗글로 여야간 정쟁에 불을 당겼다. 이후에도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지칭하면서 틈만나면 새누리당을 자극했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청문회기간중 민주당이 제시한 CCTV 자료가 편집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을 가리키며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했고, 이장우 의원과 설전을 주고 받은후에는 “막말 대마왕”이라고 쏘아붙인적도 있다.
거침없는 언행이 잦은 논란을 낳지만, 그는 탄탄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인으로 뽑힌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석현 민주당의원실이 최근 SNS 영향력을 평가하는 클라우트(Klout) 지수를 분석한 결과 정 의원이 68점으로 전체 정치인중 1위에 올랐다. 클라우트 지수는 접근성이나 파급력 등 수십 개의 변수를 고려해 개인이나 기관의 SNS 계정이 미치는 영향력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수치다. 정 의원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8만9245명이었다. 이 같은 영향력은 67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한 문재인,박지원 의원(각 67점)을 비롯해 김한길 대표(63점)를 앞서고 있다.
김 대표가 정 의원의 날선 공격을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이유다.
당 지도부에 대한 정의원의 불신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말 여야 4자회담(당대표+원내대표)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야는 예산안 연내처리와 주요 경제법안 통과 등을 위해 ‘패키지 딜’을 성사시켰었다. 양당 지도부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은 차차 논의키로 하고,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등 현안을 우선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 의원은 이 합의는 지도부가 특검을 포기한 것으로 비난했고, 지금까지 추후 논의가 없는 것을 봤을때 그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정의원은 새해들어 김 대표가 중도보수층을 아우르기 위해 정치 경제노선의 ‘우 클릭 카드’를 꺼내들자 폭발했다.
그는 “문재인 찍었던 지지자들은 멀리하고 박근혜 찍었던 사람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민주당의 우경화를 경계한다”고 경고했다. 또 “특검에 직을 걸겠다던 말은 온데간데없고 웬 신년벽두부터 ‘우향 앞으로 가!’란 말만 들린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총에서는 아무말 없다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와 언론 인터뷰에서 지도부를 공격하는 것은 당에 도움이 안된다”며 “내부에서 서로 총 쏘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입단속을 당부했다.
정의원은 곧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할 권리조차 억누르고 내부 입단속을 해야 할 정당이라면, 그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정당이다”며 당 지도부를 비난했다. 이를 계기로 정 의원은 김 대표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내기시작했다.
그는 이달말 한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지금 동네축구하고 있다. 공만 쫓아다닌다. ‘간지’ 나는 개별 플레이어가 있는데도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을 뗀후 “감독의 기능에 상당히 회의적이다”고 김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피아를 불문하고 ‘공격본능’을 보이고 있는 정의원은 최근 트위터에 ‘국회의원들이 욕먹을 수 밖에 없는 4가지 이유’를 제시,눈길을 끌었다.
그는 “5천만 국민중 300명의 국회의원이 될려면 단순 인구비례 경쟁율만 따져도 17만 대 1”이라며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태어나야 하는데, 국회에 입성만 하면 300명 모두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강변했다.
그는 이 같은 근본적인 이유로 ▲국회가 기본적으로 갈등집합소이고, ▲엄연하게 상존하는 지역구도의 생존전략, ▲국회를 좌지우지하려는 언론의 악성바이러스,▲‘묻지마 투표’를 하는 유권자 등을 꼽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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