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출입은행장이 뭐길래

입력 2014-02-04 16:10  

(박신영 금융부 기자)“아니 여기에도 오셨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해외순방을 수행한 청와대의 모 인사가 현지에서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을 만나 건넨 말입니다.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수출입은행장과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한 겁니다. 그만큼 수출입은행장은 대통령을 보좌할 기회가 많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세계 곳곳에 펼쳐 놓은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방문국 정부 관계자 뿐만 아니라 재계 인사들과 다양한 양해각서(MOU)를 성사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건설 해운 등 경기 민감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부실이 심화되면서 수출입은행의 역할은 최근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에만 몰두하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기업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정책금융 역할을 하는 수출입은행이어서지요.

그래서인지 차기 수출입은행장을 두고 후보들 간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김 행장의 임기는 오는 6일까지입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차기 행장 선임절차가 시작도 안됐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 권태균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사,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 최종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강호인 전 조달청장과 배국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일부 후보들은 인사에 직접 관여하는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쟁쟁한 후보들이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장도 빛나는 자리지만 역대 행장들을 살펴보면 수출입은행장을 디딤돌 삼아 더 고위직으로 올라간 경우가 있었습니다. 진동수 전 행장은 2009년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됐고, 후임으로 온 김동수 전 행장은 2010년말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국제적인 활동이 많은 자리인지라 국내 뿐 아니라 각종 국제기구의 수장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일각에서는 당분간 수출입은행장 선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수습,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수립 등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들로 수출입은행장 인사에 당국이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입니다. 청와대로부터 임명됐다는 전화를 고대하고 있을 후보들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긴 하네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전문성과 리더십을 고루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수출입은행에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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