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신라CC 회원들의 '반란'…법정관리 보이콧

입력 2014-02-04 20:34   수정 2014-02-05 10:45

인사이드 Story - "회원권 분양금 절반 날릴 바엔 골프장 청산"

분양금 반환 의무화한 '체시법' 노린 실력행사
아트밸리CC도 자진 철회…분양금 회수 대안 급부상



[ 정영효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4일 오후 2시55분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작년 4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경기 여주시 신라컨트리클럽(법인명 삼공개발)의 정상화계획(회생계획안)을 확정하기 위해 열린 최종 관계인집회에 참석한 골프장 회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골프장 측이 제안한 정상화계획이 한 끗 차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골프장 회원권 분양금(입회보증금)을 지키려는 회원들이 집단으로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결과였다.

골프장 측이 확보한 찬성표는 66.4%로 회생안 통과를 위한 무담보채권자(회생채권자)의 동의요건인 66.67%에 불과 0.27%포인트 모자랐다. 3억원짜리 채권자 1명만 더 찬성표를 던졌어도 신라CC 회원들은 입회보증금의 50%를 날리는 회생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했다.

법원은 회생안이 부결되자 오는 3월7일 관계인집회를 속행하기로 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회생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신라CC의 법정관리는 폐지된다.

○골프장 법정관리 첫 ‘보이콧’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신라CC의 향배에 골프장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정관리를 통한 골프장 정상화를 회원들이 힘을 합쳐 ‘보이콧’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회원들이 신라CC의 법정관리를 폐지시켜 청산 절차를 노리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회원 입장에선 청산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에서는 채권자들이 돌려받을 돈을 상당 부분 탕감해주는 등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하지만 법정관리의 틀을 벗어나면 분양금 반환을 의무화한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신라CC 회원들은 분양금을 절반이나 날려야 하는 회생안을 따르느니 차라리 법정관리를 깨뜨리겠다는 실력행사를 한 셈이다.

박현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체시법의 보장을 받기 위해 법정관리보다 청산을 선택하는 방법이 등장함에 따라 회원들이 힘을 합쳐 법정관리를 부결시키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충북 진천군에 있는 회원제 골프장 아트밸리컨트리클럽이 법정관리 신청 한 달 만에 자진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아트밸리CC 또한 골프장이 주도하는 법정관리에 반대하는 회원들의 압박에 사실상 굴복한 것이어서 법정관리 이외의 절차로 부실 골프장을 정상화하려는 회원들의 요구는 늘어날 전망이다.

○회원들의 ‘반란’ 성공할까

물론 회원들이 뭉친다고 해서 무조건 법정관리를 부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라CC의 반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담보채권자들이 회원들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신라CC의 전체 회생채권 874억원어치 가운데 회원 분양금은 614억원으로 70.3%에 이른다. 회원들이 절반만 반대해도 회생안을 무산시킬 수 있다.

신라CC가 불법대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라저축은행의 관계사라는 점도 회원표를 결집시켰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신라CC 회생채권에는 홍준기 삼공개발 겸 신라저축은행 회장 일가가 신라CC에 빌려준 돈 236억원이 포함됐다. 5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회생안이 통과됐다면 홍 회장 일가는 118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회원들은 부실 저축은행인 신라저축은행을 부당하게 지원하느라 신라CC가 망했으니 홍 회장 측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생채권에서 홍 회장 측 채권을 제외하면 회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분양금은 그만큼 늘어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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