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美 중산층…소비 양극화 심화, 중산층 타깃 산업 매출 감소

입력 2014-02-04 21:07   수정 2014-02-05 03:46

상위 5%가 전체 소비의 38%…하위 80%는 지출 갈수록 줄어
중산층 타깃 산업 매출 감소…식당·호텔 등 고가·저가만 인기



[ 강영연 기자 ]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미국에서 중산층 소비 감소로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소득층이 지갑을 닫을 경우 경기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미국 내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 대상 산업이 쇠퇴하고 고가·저가 매장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B)과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연구소(INET)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미국 전체 소비의 38%를 소득 상위 5% 인구가 차지했다. 28%였던 1995년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위 80%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6%에서 39%로 감소했다.

최근의 경기 회복 역시 소수의 고소득층이 주도했다. NYT는 “2009년 이후 상위 5%의 소비는 17% 늘어난 반면 나머지 95%는 1%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2009~2012년 발생한 소비 증가는 소득 상위 20%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소매점, 식당, 호텔 등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행산업 시장조사기관인 스미스 트래블 리서치에 따르면 포시즌이나 세인트레지스 같은 고급 호텔 매출은 지난해 7.5% 성장한 반면 베스트웨스턴 같은 중간급 호텔은 4.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스티븐 켄트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뉴욕, 애틀랜틱시티 등 지역 카지노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윈, 베네치안 같은 고급 카지노는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말했다.

미국 중산층을 타깃으로 하던 유통전문업체 시어스와 JC페니는 매출 감소에 고통받고 있다. 시어스는 지난달 시카고 시내 점포 문을 닫았다. JC페니는 33개 점포를 닫고 2000명을 정리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NYT는 “시어스, JC페니 주가는 2009년 말 이후 50% 넘게 떨어졌다”며 “반면 노드스트롬과 같은 고급 백화점이나 달러트리, 패밀리 달러 스토어 등 할인매장 주가는 두 배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인 다든은 오래된 서부식당 같은 분위기의 롱혼스테이크하우스 인테리어를 대목장 주인의 집과 같은 모습으로 바꿨다. 음식 가격도 올렸다.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은 뜨거운 물이 나오는 냉장고 등 한 대에 1700~3000달러(약 190만~330만원)에 달하는 고급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스티븐 파자리 워싱턴대 연구원은 “부유한 일부 소비자가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며 “양극화가 걱정할 만한 상황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들은 주가나 주택가격 변동에 따라 소비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경제를 변덕스럽게 만든다”며 “구성원 간 격차가 너무 큰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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