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시간 회사에 투자"…제품 개발 진두지휘
신임 CEO엔 인도 출신 나델라 수석부사장 임명
[ 김보영 / 남윤선 기자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겸 회장(58·사진)이 이사회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 기술 고문(Technology Advisor)을 맡으며 현장으로 복귀한다.
새 최고경영자(CEO)는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사타야 나델라 수석부사장(46)이 맡는다. 게이츠가 CEO 경험이 없는 나델라를 도와 애플 구글 등에 비해 혁신성을 잃은 MS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MS는 4일(현지시간) “게이츠가 이사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기술 고문과 창업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MS는 “게이츠가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며 신임 CEO 나델라를 도와 기술과 제품개발 방향을 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날 스티브 발머 CEO의 후임으로 인도 출신인 나델라 수석부사장을 지명했다.
게이츠는 2008년 발머에게 CEO 자리를 내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사회 회장으로서 영향력을 지속해왔지만 이번 경영진 재편 과정에서 나델라와 함께 높은 비중으로 MS 경영에 관여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제품인 애저, 오피스365 등 MS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이끈 나델라와 PC 소프트웨어 시대를 알린 창업자 게이츠가 함께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서 MS의 혁신을 다시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델라가 게이츠에게 기술 고문 이상의 역할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때 MS CEO 후보로 거론됐던 여러 외부 인사가 고사한 이유도 게이츠의 역할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빌 조지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교수는 “게이츠가 제품 개발에 관여하는 것이 외부 후보들에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게이츠가 제품 개발에 나서는 게 성공적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PC 시대가 가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술 지평이 열렸기 때문이다. MS 이사를 역임한 토드 워런은 “게이츠의 제품은 훌륭했지만 PC 시대는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나델라 신임 CEO는 1992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MS로 이직했다. 그간 엔지니어로 서버, 오피스 프로그램, 검색엔진 ‘빙’ 등의 사업부문에서 일했다. 수석부사장 때는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총괄했다. 이번 지명으로 나델라는 MS의 첫 내부 승진 CEO가 됐다. 전 CEO인 게이츠와 발머는 공동 창업자였다.
MS 내에서 ‘좋은 협업자’로 불릴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나 위기의 MS를 살릴 적임자냐는 점에선 논란도 있다. MS에서 17년간 근무한 알렉산더 구나레스는 “‘좋은 협업자’란 별명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수도 있다”며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던 스티브 잡스는 협업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게이츠의 뒤를 이을 이사회 회장에는 CEO 추천위원회를 이끈 존 톰슨 수석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김보영/남윤선 기자 w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