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장 '빅뱅' 下] 한국 편의점의 미래…'도시락·주차장·화장실'

입력 2014-02-05 11:00   수정 2014-02-06 07:15

[ 노정동 기자 ] 국내 편의점 시장은 격변기에 들어섰다. 대형마트의 잇단 편의점 사업 진출과 이달부터 발효될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령 탓이다.

일본 편의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여년 전인 1991년 미국 사우스랜드사(社)가 운영해오던 세븐일레븐을 자(子)회사 격이던 일본 세븐일레븐이 역으로 모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일본에서 편의점 사업이 얼마나 활황이었는지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마스다 코우이찌로우(43) 일본 미니스톱 이사는 지난달 28일 서울시 방배동 미니스톱 본사에서 진행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편의점의 미래는 '먹을 것'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빅뱅의 시기'를 지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일본 편의점의 속살도 숨기지 않고 들려줬다.

마스다 이사는 1998년 일본 미니스톱에 영업관리직으로 입사해 현장에서 근무했고 2006년 신입사원 교육 담당, 2009년 신규사업 개발 등을 두루거치다 2011년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한국 미니스톱으로 발령받아 한국 사업을 돕고 있다.

▶현재를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을 비교해달라. 뭐가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도시락과 빵이다. 일본 편의점에는 한국의 편의점보다 도시락과 빵의 종류와 양이 많다. 도시락만 기본 10종에 스파게티 10종 그라탕, 도리아, 라면, 냉면 등 웬만한 음식을 편의점에서 먹는 게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 등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회사원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편의점 도시락하면 인스턴트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경쟁력이 있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은 웬만한 음식 전문점들과 비교해도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본 소비자들이 점차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도시락들도 점차 발전했다. 재료선정부터 조리, 가공, 물류, 보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편의점 업체들은 노하우와 기술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규동 전문점에 가면 규동만 먹을 수 있지만 편의점에 오면 다양한 메뉴들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국내 편의점은 담배의 매출(국내 편의점 평균 약 45%)이 가장 높다. 담배가 이른바 '효자'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도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담배의 매출이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도시락, 주먹밥, 빵 등 간편식의 매출 비중 약 30%로 가장 높다(국내 미니스톱은 간편식의 매출 비중이 약 7%다). 담배는 음료수, 술, 과자 등 가공식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담배의 매출이 줄었다기보다는 간편식의 매출이 늘어난 결과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은 어느 정도 매대에 올라가 있나? 전체 상품에서 PB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인가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전체 상품의 70% 가량이 PB 상품이다. 계란, 채소 등 일부 신선식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PB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세븐일레븐, 로손 등 미니스톱보다 규모가 더 큰 일본 편의점의 경우 PB 상품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PB 상품의 매출 비중은 약 50% 정도다."

▶기존 식품 제조업체들의 반응은 어떤가?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부 유통사에서 하고 있는데.

"우리 매장에 우리의 상품을 올려 놓는 것은 당연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까지 우리 브랜드를 단 제품들이 들어가 있다(미니스톱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이온그룹은 일본 최대 유통기업 중 하나로 백화점, 복합몰,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올 초부터 잇따라 '내실경영'과 '질적성장'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양적성장은 끝난 것인가

"일본의 경우 '동네슈퍼'라는 개념이 없다. 편의점이 가장 작은 형태의 유통 채널이다. 개별 편의점은 가맹점주들의 개인 사업이니까 개인의 파이를 뺏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게를 오히려 '현대화'시켜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른바 '골목상권'과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동네슈퍼가 많다. 편의점으로 바꿀지는 한국의 문화에 달려 있다."

▶당장 이달 14일부터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발효되면 6개월 후 심야시간 때 실적에 따라 24시간을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점이 나오게 된다. 24시간 영업하지 않는 편의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편의점 업계 2위 사업자인 로손도 일부 편의점에 한해 24시간을 의무화하지 않은 적이 있지만 결국 다시 24시간으로 바꿨다. 또 대부분의 편의점 가맹본부가 점주들과 계약할 시 24시간 운영에 대해 선택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어떤 가맹점주도 24시간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럴 이유가 없어서다. 일본에서는 편의점하면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란 인식이 있다. 또 24시간 운영하는 것이 효율도 높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다른 시간대보다 심야 시간대에 매출이 소폭 감소하긴 하지만 손해를 볼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 편의점에는 없고 일본 편의점에만 있는 것은 뭐가 있나

"화장실과 주차장. 1990년대 일본 편의점의 이용자들은 주로 20~30대 남성들이었다. 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 편의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편의점 옆에 주차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를 로드사이드 편의점이라고 부른다. 또 '편의점에 가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화장실도 설치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편의점이라고 하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상식처럼 돼버렸다."

▶20년 뒤 한국의 편의점 모습이 지금 일본의 편의점 모습인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편의점은 생활 밀착형 유통 채널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 구성이 비슷한 흐름을 따르고 1인 가구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도 유사하기 때문에 아마 간편식의 매출이 더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PB 상품도 마찬가지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과 또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한국 편의점 업체들이 그것에 맞게 편의점의 모습을 바꿔간다면 일본과 또다른 모습의 편의점이 탄생할 수 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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