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연초부터 해외건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1월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대규모 플랜트 공사를 잇따라 따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해외건설 수주액(계약기준)은 3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억2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정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이 같은 수주 호조가 이어진다면 이변이 없는 한 올해 해외건설 총 수주액이 7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역대 최고액인 2010년 715억달러를 웃도는 사상 최고치다.
잇따른 해외수주 낭보에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해외 저가수주발 ‘어닝쇼크(실적 쇼크)’로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가 서서히 돌파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정부와 건설사들이 중동과 단순 시공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주지역과 공종(공사종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대형 해외수주
연초부터 대형공사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베트남 빈탄4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14억9800만달러에, STX중공업은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파이프라인 건설공사를 4억4900만달러(약 5000억여원)에 각각 수주했다.
알제리에서는 공사금액 총 33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앞뒀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인터내셔널, GS건설·대림산업은 최근 알제리 전력청이 발주한 메가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입찰에서 6개 사업지 중 5곳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은 단독으로 모스타가넴과 나마 등 2개 발전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이뤄 비스크라와 지젤 등 2개 발전소 공사 수주를 예약했다.
중동 넘어 전 세계로 수주 지역 확장
수주 다변화의 선두주자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2010년 알제리·카자흐스탄·콜롬비아 지사, 2011년 중국 지사,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사와 베네수엘라 지사 등을 각각 설립했다. 현대건설은 선진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 지난해 하반기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는 유럽지역의 사르예르 가립체와 아시아 지역의 베이코즈 포이라즈쿄이를 연결하는 터키의 최대 국책사업이다. 세계 최초 대규모 사장-현수교 복합형식으로 건설된다.
포스코건설은 중남미 진출의 선두주자다. 1998년 브라질 남동부 투바라옹 항구 인근에 연산 400만t 규모의 펠릿공장을 준공하며 중남미에 첫 진출했다. 이후 칠레, 페루 등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칠레에서는 △2006년 벤타나스 석탄화력발전소 △2007년 캄피체·앙가모스 석탄화력발전소 △2010년 산타마리아 Ⅱ 석탄화력발전소 등을 따냈다.
대우건설은 시장 다변화를 위해 기존의 리비아, 나이지리아 중심의 해외 시장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의 중동지역과 알제리, 모로코 등의 북아프리카 지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지사 및 법인을 설립해 공격적인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원전·수자원·신도시 개발로 영역 확대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영역은 기존의 정유 플랜트 공사 위주에서 원전, 수자원, 신도시개발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원전·신재생·오일 샌드 등 신성장 동력사업과 더불어 민자발전·액화천연가스(LNG) 관련사업· 자원개발 연계 인프라시설 개발·해외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체계적인 글로벌 인프라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해외 진출 및 수주 확대를 위해 개발사업본부 인력을 국내외 영업본부로 배치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엔지니어링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공종 다변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오일·가스, 발전 플랜트 중심의 수주에서 벗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시공 중인 인텔리전트 빌딩과 같은 고급 건축물 공사, 알제리·오만·카타르 등지에서 시공 중인 컨테이너 터미널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주력 분야인 정유, 가스 플랜트뿐만 아니라 해외 발전플랜트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적인 전력난으로 인해 발전 플랜트의 경우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는데 실제 동남아, 인도 등 이머징 마켓에서 급격히 팽창하는 전력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중동과 남미 등지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사들도 저가 수주에서 벗어나 수익성 높은 사업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어 올해는 역대 최고의 해외수주액 달성은 물론 건설사들의 실적개선도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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