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대 기업 삼성전자와 시스코시스템스, 구글이 ‘삼각 특허 동맹’을 맺었다. 휴대폰 단말기(삼성), 운영체제(구글), 네트워크 장비(시스코) 시장에서 각각 최고의 위치에 있는 회사들이 손을 잡고 애플 등의 특허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시스코는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두 회사는 기존에 갖고 있던 특허는 물론 앞으로 10년간 출원하는 특허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시스코와 구글은 지난 5일 장기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지난달 27일에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번 특허 동맹을 통해 세 회사는 전방위로 특허 공격을 하고 있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특허전문업체(NPE) 등에 대항할 수 있는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로부터 지난해 38건의 소송을 당했다. 애플과의 소송도 세계 10개국에서 3년여째 진행 중이다. 구글도 특허소송에서 자유롭지 않다. 록스타 등 특허괴물과 애플은 삼성, LG, 중국 ZTE, 대만 HTC 등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피소 기업은 전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애플 등의 칼날은 사실상 구글을 겨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스코 역시 특허괴물 이노바티오를 2011년 직접 고소했다가 패소한 전례가 있다.
이들은 더 이상 특허소송에 휘말려 돈과 인력을 낭비하지 않고, 기술 혁신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10만여개다. 지난해 미국 특허 출원 건수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특허 경쟁력이 높다. 시스코도 지난해 기준 미국 등록 특허만 9700여건에 달한다. 구글 또한 5만여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세 회사가 연합하면 잠재적인 특허소송 위협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 회사가 손을 잡은 것은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IoT는 모든 사물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정보를 상호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구글의 ‘구글글라스’ 등도 IoT 기술에 해당한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IoT 시대엔 하드웨어 기업, 통신장비 기업, 플랫폼 기업의 구분이 없어질 공산이 크다. 그만큼 특허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삼성과 구글이 IoT 시대의 특허 전쟁에 대비해 시스코와 특허 동맹을 맺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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