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왕국' 소니 하염없는 추락…'극약처방' 부활 몸부림 통할까

입력 2014-02-07 09:52   수정 2014-02-07 11:38

지난해 1조원대 대규모 적자에 'PC 매각-TV 분사' 극약처방…5000명 감원 예고
돈 되는 모바일-카메라-게임 '선택과 집중'…부활 가능한가




[ 김민성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소니의 추락이 하염없다.

6일 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 기준, 순손실 11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우리 돈 1조원 넘게 적자를 낸 셈이다. 지난해 매출은 7조 7000억엔, 영업 이익은 800억엔이었다. 소니는 당초 엔저 호재와 모바일 부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로 지난해 300억엔 대 순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노트북 등 PC와 TV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냈고, 스마트 디바이스와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다시 고개를 떨궜다.

'실적 쇼크'에 이어 '바이오'로 대표되는 PC부문은 매각하고, 그룹 모태사업인 TV사업은 분사해 떼어내는 등 대대적 사업재편 방안도 내놨다. 올해 말까지 일본 본사 인력 1500명, 전세계 법인 3500명 등 총 5000명을 감원한다는 구조조정안도 발표했다.

◆ 추락하는 소니에도 날개는 있었다


추락하는 모든 것에 날개가 있듯 80년대부터 '워크맨 신화', '가전 왕국' 아이콘으로 전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선도했던 소니다.

이 탓에 시장에서는 소니의 이번 구조조정안이 '극약처방'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적 악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소니 대표 혁신제품이었던 '바이오' PC 사업까지 팔아 자산을 정리하는 수순까지 돌입했기 때문이다.

TV 사업 분사도 마찬가지다. 80년대부터 소니 컬러TV는 소니를 오늘날 글로벌 전자업체로 올려놓은 간판 사업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세계 TV 시장을 양분하기도 했다.

이후 국내 삼성전자LG전자에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 마케팅 효과 등에 밀리면서 TV사업은 10년 연속 적자를 냈다. 결국 분사를 통해 처절한 독자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지난달 세계적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소니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로 강등시킨바 있다.

◆ 돈 되는 모바일-카메라-게임 '선택과 집중'…혁신도 계속


과거 영광인 PC와 TV를 떼어내는 소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드시 부활하겠다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자세다.

살려놓은 사업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 스마트와치 중심의 모바일 ▲ 미러리스 등 디지털 카메라 ▲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기 콘솔 등 3개 분야. 한때 프리미엄 제품이었던 '바이오' 노트북을 버리더라도 모바일-게임-카메라 3대 축으로 이어지는 신성장 동력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이제 소니 사업 구심점은 TV나 노트북이 아닌 스마트폰과 게임기다. 특히 소니는 최근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에 클라우드 기능을 도입했다. 굳이 게임CD를 구입하지 않아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실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같이 클라우드 시스템이 강화해 '플레이스테이션'을 영화 및 음악, TV 등 홈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허브로 키운다는 전략인 셈이다. 노트북 등 PC사업 공백은 스마트 모바일이 채운다. 소니는 올해 분기당 1000만대씩 모두 4000만대 모바일 디바이스 판매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추락하는 소니지만 오타구(일본 마니아층)적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소니 슬로건은 '플레이 소니(play sony·소니와 놀아라)'. 지난달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에서도 이같은 철학을 반영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인 '스마트 글래스'와 '스마트 밴드', '스마트와치2' 제품군에 이어 운동 보조 센서인 '테니스 센서', 렌즈 모양만 남은 '렌즈 카메라' 등이 대표적이다.

튀다 못해 대중·상업성이 의심되는 '오타쿠(일본 마니아층)'적 제품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개인 취향 중심 문화가 발전한 일본을 대표하는 소니가 '혁신'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쿠니마사 스즈키소니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사장(CEO)은 "사용자들은 이들 제품을 통해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며 "스마트웨어는 당신이 삶을 느끼게 해주고 감동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IT업계 정설이 소니를 통해서 재확인되고 있다"면서 "소니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전세계 전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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