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은 원화 액면절하 토론을 왜 비공개로 하나

입력 2014-02-07 20:28   수정 2014-02-08 05:42

한국은행이 어제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 전문가들을 초청해 개최한 국제통화 콘퍼런스는 여러가지 면에서 주목을 끈다. IT 발달로 전자지급결제가 확대돼 발생하는 현금수요 감소, 거시 변동성 확대, 비전통적 통화정책 등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눈길을 끈 것은 따로 있다. 패널토론 세션의 여러 주제 중 ‘액면체제 변경의 경제적 영향’이 한 꼭지로 들어간 것이다. 정권 초마다 제기된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단위 변경)이 주제였으니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다.

한은은 외국 중앙은행 참석자들의 요청을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설명하지만 궁색하다. 토론내용도 유로화 액면체계 변경일 뿐, 리디노미네이션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재추진한다는 오해를 사기 싫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이 화폐개혁설로 와전됐던 것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한은이 굳이 비공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득도 많고 실도 많은 과제의 하나일 뿐이다. 국민들도 다 아는 주제다. 지폐에 0이 너무 많아 불편이 많고, 일상에서 100원 미만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통화 단위당 가치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아 원화 국제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0을 1개 혹은 3개 떼내자는 주장도 나왔던 것이다. 물론 비용이 엄청나고 불필요한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문제를 무시할 수도 없다.

꼭 1년 전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이 제기됐을 때 한은은 ‘국가의 장기적 과제’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언젠가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 꾸준히 공론화해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사회적 컨센서스를 이뤄가는 게 올바른 길이다. 쉬쉬하는 바람에 괜스레 여러가지 추측만 난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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