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전 어린이 10명 중 8명, 각종 질환 시달린다는데…혹시 우리 아이도?

입력 2014-02-07 21:00   수정 2014-02-08 04:09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입학 시즌, 아이 건강 체크리스트

30%가 B형간염 접종 안해…축농증·척추측만증도 많아
스마트폰·게임에 일찍 노출…근시·사시 등 검사 받아야
코 자주 킁킁 거리면 비염 의심



[ 이준혁 기자 ]
초등학교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서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체력이 달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아프지 않고 건강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각종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많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어린이건강검진클리닉이 취학 전 아동 162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보니 전체 어린이의 84%(137명·질환 중복 포함)가 1개 이상 질환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질환은 B형간염 접종 미비(32%)다. 다음으로 △축농증이라 불리는 부비동염(12.4%) △비만(9.5%) △성장통·척추측만증(7.3%) △폐·심전도 이상(6.5%) △시력 이상(4.4%) △피부질환(4.3%) △지방간 등 복부초음파 이상(2.9%) △철 결핍성 빈혈(2.2%) 등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고혈압·당뇨병, 보행장애, 변비, 저신장증, 수면장애, 코피 등도 발견됐다. 입학 전에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양수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게임·스마트폰으로 시력 나빠져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의 시력이다. 최근 몇 년 새 각종 게임·스마트폰·컴퓨터 활용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시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보통 시력은 6~9세 사이에 완성된다. 지나치게 일찍 각종 전자기기에 노출됐다면 근시(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보는 것이 어려운 현상), 원시(가까운 사물이 잘 안 보이는 현상), 난시(초점이 안 맞고 사물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현상) 등 굴절 이상이나 사시, 눈꺼풀 이상 등으로 정상시력 발달이 안 될 수 있다. 취학 전 시력검사가 꼭 필요한 이유다.

난시가 있거나 원시 근시가 심한 아이는 눈을 찡그리고 잘 안 보인다고 호소하기 때문에 일찍 발견된다. 문제는 -3디옵터 미만의 경도 근시다. 평소 시력이 나빠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도 2~3m 이내의 가까운 사물은 잘 보여 방심하기 쉽다. 이 상태에서 입학하면 멀리 있는 칠판의 잔글씨가 잘 안 보인다. 안경을 써야 한다면 최소 입학 1개월 전에 안경을 착용해 익숙해진 후 학교에 가는 것이 좋다. 안경을 쓴 뒤에는 6개월에 한 번씩 안과를 찾아 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책은 밝은 곳에서 30㎝ 이상 떨어져서 읽고, 컴퓨터 모니터는 40㎝ 이상, TV는 3m 이상 떨어져서 보도록 가르쳐야 한다.

새책증후군과 알레르기 살펴야

코를 자주 후비고 만지작거리거나 이유 없이 킁킁거리는 아이는 부비동염이나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계속 코를 훌쩍이면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 부비동염은 코 촬영을 하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약물과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1개월가량 치료한 뒤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

아토피·비염·천식 등 환경성 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평소 입을 벌리고 코를 많이 골면서 자는 아이는 만성 편도 또는 아데노이드 비대증일 가능성이 있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계속 피곤해하고 집중을 잘 못한다.

이 나이 또래에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 중이염이다. 감기나 홍역을 앓고 난 뒤 중이염이 잘 생긴다. 청력은 진행성 장애도 있고 정상적인 어린이가 중이염을 앓고 난 뒤 장애가 생기는 일도 있으므로 정기검사가 필요하다. 책을 만들 때 쓰이는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새책증후군’이나 학교 건물에서 노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인한 ‘새학교증후군’ 등을 보이는 어린이도 의외로 많다. 고등어 복숭아 등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담임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아동의 5~10% 주의력 떨어져

주의가 산만하거나 행동이 과도하고 지켜야 할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한다면 ADHD를 의심해봐야 한다. ADHD는 전체 학령기 아동 중 5~10%를 차지하는 매우 흔한 소아정신과적 질환으로 특히 남자아이에게 많다.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많은 주의력 결핍,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한 과잉행동, 주변을 잘 살피거나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이 먼저 앞서는 충동성을 보인다. 이로 인해 아이의 정상적인 학교 생활과 가정 생활에 지장을 준다. 통제와 절제가 요구되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진단을 받는 사례가 많다.

ADHD 치료는 약물치료, 부모교육, 놀이치료, 인지행동치료, 사회성 기술훈련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70~80% 이상 호전될 수 있다.

도움말=양수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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