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도 판결 우려
"앞으로 구조조정 못할 것"
[ 양병훈 / 최진석 기자 ]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점거농성 등 극한 노사 대립을 불렀던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해 법원이 “정당성이 없는 해고”라며 해고근로자들에게 임금의 일부로 100만원씩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법원 판단과 다른 것이어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재판부가 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판시한 점을 두고 상고심에서 집중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법원 “쌍용차 정리해고 부당”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모씨 등 근로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근로자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 24조가 규정한 정당한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일정한 해고 회피 노력을 한 것은 인정되지만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24조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를 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노력 등을 정리해고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쌍용차는 2008년 자동차 판매 부진과 금융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되자 이듬해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쇠파이프와 새총 등으로 경찰 진입을 막는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희망퇴직자 무급휴직자 등을 제외한 165명이 최종 정리해고됐고 이 가운데 153명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 당시 쌍용차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구조적이고 계속적인 재무건전성과 효율성의 위기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당시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재무제표를 보면 신차종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이 전부 누락되고 기존 차종의 판매량을 지나치게 적게 잡아 유형자산의 손실액(손상차손)을 과다계상했다”고 말했다. 또 쌍용차 정리해고의 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된 삼정KPMG의 경영정상화 보고서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원심은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쌍용차 “납득할 수 없다…상고할 것”
쌍용차는 이번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9년 진행된 구조조정이 법원의 인가를 받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당시 회생(파산)법원은 쌍용차의 구조조정 및 자금 조달 완료 여부에 따라 파산이나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며 “이에 따라 임금 동결, 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의 자구계획을 수립해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했는데 고법이 이를 다시 무효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 전문가의 ‘손상차손 감정보고서’가 이번 판결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10월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법원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쌍용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합리적으로 계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데도 1심과 달리 2심에서 판결을 뒤집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재계도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쌍용차는 과거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큰 위기를 겪었고 현재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고법 판결로 노사 갈등 재연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예상되는 등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경총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번 판결처럼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이 법원 판결로 무효화된다면 앞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생 작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쌍용차의 회계조작 여부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회계자료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혐의로 쌍용차 임원과 회계법인 등이 고발된 사건을 지난해 1월 기소중지했다.
양병훈/최진석 기자 hun@hankyung.com
"앞으로 구조조정 못할 것"
[ 양병훈 / 최진석 기자 ]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점거농성 등 극한 노사 대립을 불렀던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해 법원이 “정당성이 없는 해고”라며 해고근로자들에게 임금의 일부로 100만원씩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법원 판단과 다른 것이어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재판부가 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판시한 점을 두고 상고심에서 집중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법원 “쌍용차 정리해고 부당”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모씨 등 근로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근로자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 24조가 규정한 정당한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일정한 해고 회피 노력을 한 것은 인정되지만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24조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를 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노력 등을 정리해고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쌍용차는 2008년 자동차 판매 부진과 금융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되자 이듬해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쇠파이프와 새총 등으로 경찰 진입을 막는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희망퇴직자 무급휴직자 등을 제외한 165명이 최종 정리해고됐고 이 가운데 153명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 당시 쌍용차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구조적이고 계속적인 재무건전성과 효율성의 위기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당시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재무제표를 보면 신차종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이 전부 누락되고 기존 차종의 판매량을 지나치게 적게 잡아 유형자산의 손실액(손상차손)을 과다계상했다”고 말했다. 또 쌍용차 정리해고의 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된 삼정KPMG의 경영정상화 보고서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원심은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쌍용차 “납득할 수 없다…상고할 것”
쌍용차는 이번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9년 진행된 구조조정이 법원의 인가를 받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당시 회생(파산)법원은 쌍용차의 구조조정 및 자금 조달 완료 여부에 따라 파산이나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며 “이에 따라 임금 동결, 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의 자구계획을 수립해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했는데 고법이 이를 다시 무효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 전문가의 ‘손상차손 감정보고서’가 이번 판결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10월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법원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쌍용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합리적으로 계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데도 1심과 달리 2심에서 판결을 뒤집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재계도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쌍용차는 과거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큰 위기를 겪었고 현재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고법 판결로 노사 갈등 재연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예상되는 등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경총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번 판결처럼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이 법원 판결로 무효화된다면 앞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생 작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쌍용차의 회계조작 여부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회계자료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혐의로 쌍용차 임원과 회계법인 등이 고발된 사건을 지난해 1월 기소중지했다.
양병훈/최진석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