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서울시 승용차요일제, 전자태그 떼면 단속할 방법 없어…폐지 등 전면 개선 검토

입력 2014-02-09 21:19   수정 2014-02-10 03:59

서울 승용차 절반 가입
막대한 세금만 낭비
"대안 찾아 연내 시행"



[ 강경민 기자 ]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K씨는 2년 전 매주 목요일 자율적으로 자가용 운행을 쉬기로 하고 승용차요일제에 가입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십 차례 목요일에 차량을 몰고 도심 여기저기를 다녔지만 적발된 적이 없다. 연간 3회 이상 운휴요일을 위반하면 혼잡통행료 감면 등 요일제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K씨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차량에 부착된 요일제 전자태그 스티커만 떼면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승용차요일제 가입자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운휴요일에 스티커를 떼놓고 다닌다”고 전했다.

○스티커 떼면 단속 사실상 ‘불가능’

서울시가 K씨 같은 얌체 운전자들 탓에 승용차요일제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판단, 도입 11년 만에 전면적인 제도 개편에 나선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9일 “전문가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상반기 중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03년 승용차요일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 현재 가입 차량은 대상 차량(10인승 이하 비영업용 승용차 233만대)의 절반에 가까운 110만여대다. 남산혼잡통행료 50%, 공영주차장요금 30% 할인 등 가입에 따른 혜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요일제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해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시행한 종이스티커 부착형 관리시스템을 2006년부터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시스템으로 바꿨다. 요일제에 가입하면 차량 안쪽에 전자태그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서울시내 19곳에 설치된 전자태그 리더기가 차량에 부착된 스티커를 인식해 단속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전자태그를 운휴요일에만 떼고 운행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게 서울시의 고민이다. 전자태그 리더기가 설치된 구간도 19곳에 불과해 요일제 위반 차량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는 한 해 3회 이상 운휴요일을 위반한 차량 5만대가량을 적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위반 차량은 수십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폐지도 검토한다지만…

혜택만 누리고 요일제는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로 인해 막대한 서울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비영업용 승용차에 대한 서울시의 연간 자동차세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가량을 요일제 가입 차량으로 보면 요일제 가입에 따른 자동차세 할인(5%) 규모는 연간 150억원이다. 연간 150억원을 걷는 남산1·3호터널 혼잡통행료를 포함하면 요일제에 따른 공공 부문 할인 규모는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당초 요일제 단속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내 곳곳에 전자태그 폐쇄회로(CC)TV를 대거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막대한 설치 비용 및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추진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세금 감면 위주의 종전 요일제 혜택을 마일리지 적립 등의 방식으로 바꾸는 등 제도 손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승용차요일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어서 시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요일제 취지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연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승용차요일제

10인승 이하 비영업용 승용차 보유자가 특정 요일을 정해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제도. 교통량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관할구청에 신고하면 공공·민간 부문의 혜택을 받는다. 연간 3회 이상 운휴 요일을 위반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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