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오르고 오르니 雪綠이 눈앞

입력 2014-02-10 06:57  

[ 최병일 기자 ]
제주도에는 나직나직하지만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는 크고 작은 오름 수백 개가 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자리한 오름은 밋밋한 산등성이에 구불구불 아름다운 선을 만들고,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간 육지 끝에서 절경을 선물하기도 한다. 아예 바다 한가운데 자리 잡아 그 자체로 섬이 된 것도 있다. 수많은 사연이 빚어낸 오름으로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제주의 속살을 보려면 동굴로 가라
오름은 새로운 눈으로 제주를 발견하는 장소다. 오름에 올라, 오름 사이를 지나며 만나는 제주의 풍경 때문이다. 높아야 100m 남짓하지만 저마다 다른 얼굴로 제주의 이야기를 전한다. 오름이 많은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이 앞치마에 흙을 담아 나르다 앞치마에 난 구멍에서 떨어진 흙더미가 ‘오름’이 됐다는 것이다.

오름은 사실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밑에서부터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을 뚫고 나와 분화구가 만들어졌고 세월과 함께 그 위에 흙이 쌓이면서 동산 형태의 오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분화구의 생생한 현장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굴’의 중심지인 거문오름(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서 볼 수 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솟은 용암이 바다를 향해 흐르면서 만든 선흘수직동굴, 벵뒤굴, 웃산전굴, 북오름동굴, 대림동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용암이 여러 번 흐르면서 수직형, 미로형 등 다양한 동굴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용암이 만든 협곡의 식물군도 볼거리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앞에서 출발하는 거문오름 탐방은 총 4개 코스로 진행된다. 첫 번째 구간은 전망대 코스다. 길을 따라 걸으며 말굽처럼 생긴 거문오름 분화구 전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분화구 안이 환히 보인다. 트인 분화구 방향으로 용암이 흘러 동굴이 어떻게 자리하는지, 분화구 안에 있는 알오름이 제주 사람들에게 왜 명당으로 불리는지 등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전망대 코스를 돌아 내려오면 분화구 코스가 이어진다. 분화구 안에서는 화산활동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 지대에서 바람이 불어 나오는 풍혈이 그 첫 번째다. 한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한겨울에는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른다. 겨울철 풍혈 주위에 유난히 초록 식물이 많이 자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용암 계곡이다. 용암이 흘러가며 만든 깊고 좁은 용암 계곡은 깊은 산속의 협곡을 보는 듯하다. 세 번째는 길 따라 걸으며 관찰할 수 있는 분화구 안의 식물들.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선 식물들을 눈여겨볼 것. 큰 나무줄기를 감고 자라는 덩굴식물도 다양하다. 겨울에도 푸른 상록수와 나뭇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들이 경계를 이루고 선 것이 흥미롭다.

네 번째는 제주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 오름의 모습이다. 알오름을 지나면 나타나는 일본군 갱도 진지와 보급로, 화전민이 숯을 굽던 숯가마 등이 그것이다. 선흘수직동굴의 입구를 지나 분화구 코스에서 나오면 능선 코스가 이어진다.

갑마장 길 따라 조랑말 체험도 제격

거문오름 탐방과 더불어 조랑말체험공원도 찾아가 보자. 조선 시대에는 최고의 말을 길러내던 목장을 ‘갑마장’이라 불렀다. 제주에도 명마를 길러내던 갑마장이 여러 곳에 있었다. 조랑말체험공원이 있는 가시리도 그중 한 곳이다.

제주 갑마장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 조랑말의 특성과 제주 목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조랑말박물관, 조랑말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는 따라비 승마장, 말똥과자 만들기와 도자기 조랑말 꾸미기 등을 할 수 있는 체험장 등이 자리한 이유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마음카페와, 오름으로 둘러싸인 목장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옥상정원은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여행팁

거문오름은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1일 탐방객을 400명으로 제한한다. 탐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방문 2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탐방 땐 물 이외의 음식은 가져갈 수 없다. 우산이나 아이젠도 사용할 수 없으니 등산화를 신고, 비 오는 날에는 비옷을 준비해야 한다. 어른 2000원, 청소년과 어린이 1000원. 매주 화요일엔 탐방이 없다.

잠자리는 오션그랜드호텔제주(064-783-0007), 성산포스카이호텔(064-784-7000) 등이 가깝고 시설도 깔끔하다. 선흘방주할머니식당(064-783-1253)은 두부와 검은콩국수 요리를 잘하고 전복뚝배기를 먹고 싶으면 삼보식당(064-749-3620)이 좋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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