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 숙성 시킨 천연발효 빵…아토피 걸린 아이들도 잘 먹어요

입력 2014-02-10 06:58  

우리 호텔 최고 요리사 - JW메리어트호텔 페이스트리 키친 셰프 신태화


[ 최병일 기자 ]
마들렌 빵 냄새를 맡으면 추억이 생각난다고 했던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 빵의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와 맛을 절묘하게 표현해 놓았다. 아울러 마들렌 빵을 한 입 베어 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도 빵과 케이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리사가 있다. 페이스트리 키친의 신태화 셰프다. 그는 30년 이상 빵을 만들어온 제빵 장인이다. 집에서 만드는 빵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 것은 1990년 미국 필라델피아로 연수를 갔을 때였다. 미국 사람들이 빵을 즐겨 먹는 것과 달리 정작 동네에는 빵집이 별로 없었다. 미국인들은 대개 빵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 때문이다. 주말 아침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이며 달콤한 케이크와 쿠키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미국 사람들의 일상이었던 것. 신 셰프는 귀국 후 집에서도 만들기 쉬운 베이커리 레시피를 바탕으로 베이킹 클래스를 열었다. 2003년에는 자신의 베이커리 노하우를 담아 ‘호텔 베이커리’라는 책도 냈다.

“빵은 맛도 있어야 하지만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미국인들이 머핀이나 파운드, 케이크, 쿠키 등 달콤한 종류만을 선호해 비만 인구가 늘어났죠. 따라서 주식처럼 먹으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빵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신 셰프는 건강한 빵을 목표로 유럽이나 일본 등 제빵 선진국들을 찾아 다녔다.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그가 내놓은 빵은 유럽 스타일의 천연발효빵. 일반적인 빵은 발효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화학첨가제를 사용해 인공발효를 한다. 여기에 설탕과 버터를 곁들여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빵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신 셰프가 만든 천연발효빵의 경우 소량의 이스트와 천연발효종을 활용해 15~20시간을 저온에서 숙성 발효시킨 다. 게다가 오븐의 돌판 위에서 구워내 담백한 자연 그대로의 맛과 구수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설탕, 버터, 화학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대신 견과류나 건포도 등을 사용했다.

천연발효빵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의 첫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모양도 먹음직스럽지 않은 데다 겉이 딱딱하고 달콤한 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연발효빵이 밀가루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이나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먹어도 아무런 탈이 없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호텔을 찾는 고객은 물론 지방에서까지 빵을 구하러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천연발효빵의 구수한 풍미에 빠지면 마치 끼니에서 밥을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다시 찾게 될 것”이라며 “겉은 다소 딱딱하지만 한 입 배어물면 속살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천연발효빵이 더 많이 보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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