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올해 입시 '펑크'난 명문대 인기학과, 어딘가 봤더니…

입력 2014-02-10 14:47   수정 2017-07-01 09:57

첫 선택형수능 불안감에 하향지원…'로또 입시' 됐다
대학들 추가합격 발표되면 '펑크' 현상 더 심해질 듯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작년보다 커트라인이 꽤 내려간 명문대 상위권 학과가 더러 있습니다. 입시상담을 한 학생들 가운데 정시모집 2~3차 추가합격에 붙을 것으로 봤던 수험생이 덜컥 최초합격 하기도 했어요. 낮은 수능점수로 소위 '배짱지원' 한 학생들이 합격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기자가 최근 다수의 입시전문가들에게 들은 말입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나도는 'OO대 펑크설'이 뜬소문은 아니란 얘기죠. '펑크'란 입시 결과가 예년의 통상적 커트라인보다 상당히 점수가 낮은 수험생도 합격할 정도로 구멍이 뚫렸음을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대학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고려대 이종호 입학처장은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오르비스 옵티무스)에 고려대 입시에서 펑크 났다는 글들이 올라오는 것으로 안다" 며 "추가합격까지 진행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습니다.

입시 펑크가 났다는 건 정말 '카더라 통신'일 뿐일까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특목고와 입시학원 등에 이런 사례는 없는지 문의해 봤습니다. 확인 결과는 대학 측 얘기와 달랐습니다. 예년 커트라인보다 낮은 성적의 수험생이 합격한 사례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메가스터디 김기한 교육연구소장은 "일례로 고려대 심리학과에 표준점수(국영수 합) 400점 미만 학생이 최초합격 한 사례가 있다" 며 "예상보다 낮은 점수의 수험생이 합격한 것으로, 추가합격까지 진행되면 합격자 점수대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이번 입시에선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상위 10여 개 주요대학 상위권 학과의 커트라인이 전반적으로 내려간 편" 이라며 "해당 대학 입장에겐 민감한 문제라 학교 입장에선 (입시 펑크는) 사실무근이라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조적 현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용인외고 박인호 3학년 부장은 "문과 최상위권인 연·고대 경영학과의 경우 서울대 경영학과에 중복합격 해 빠져나가는 숫자가 많다" 며 "이런 현상 때문에 추가합격 발표까지 끝나면 합격자 점수대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 같은 펑크 현상은 이번에 처음 실시된 수준별 선택형(A·B형) 수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새로운 입시제도 도입에 따라 합격 점수대 예측이 어려워져 하향 안정지원 추세가 형성됐고, 그러다 보니 낮은 점수에도 배짱지원 한 수험생이 의외로 합격하는 경우가 나왔다는 겁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하향지원이 뚜렷해 학과간 점수 차가 많이 난 대학도 있다" 며 "수험생이 누적백분위 등 전체 학생 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도 "A·B형 시험으로 눈치지원이 심했고, 수능 고득점자들이 수시모집에 대거 합격함에 따라 정시에선 펑크가 났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학별 추가합격 발표 결과에 따라 앞으로 수험생의 연쇄이동이 일어나면 펑크 현상은 더욱 가시화 될 것입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A·B형 선택의 영향보다는 학과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에 생긴 문제" 라며 "하향지원 경향으로 인해 중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추가합격 발표가 진행될수록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간 '역전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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