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충청·제주 등…원희룡 "안나가면…당서 압박"
'황우여 인천·남경필 경기' 거론…이혜훈 "朴心 마케팅은 필패"
[ 이태훈 기자 ]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전·현직 중진 국회의원을 후보로 내보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당내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이런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친박계가 공천권을 무기로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사람들까지 협박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당에서 차출론이 제기되는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충북 제주 등이다. 경기, 제주를 제외하면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 곳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불출마를 선언했고, 무소속이던 우근민 제주지사는 최근 새누리당에 입당했으나 과거 성희롱 의혹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3선 출신인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주지사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아직 결론은 열려 있다고 봐도 되나”라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원 전 의원은 제주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모두 제주에서 다녔다.
당초 원 전 의원은 지방선거에 나서기보다는 7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로 원내에 재입성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박계 일부에서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는데 재·보선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제주지사에 안 나가면 (당에서) 두고 보자고 압박한다”고 토로했다.
경기지사의 경우 5선의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병)이 꾸준히 차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남 의원은 그동안 지방선거 불출마 뜻을 밝혔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친박계 측에서 “원내에서 선수를 쌓기보다는 지자체장으로 새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권유했고 남 의원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과 인천은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송영길 시장을 꺾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게 친박계 주류의 입장이다. 당 내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곳 중 2곳 이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경우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7선의 정몽준 의원(서울 동작을)을 설득 중이고, 인천시장은 황우여 대표(5선·인천 연수)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충청권도 이시종 충북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는 곳이다. 충남은 3선의 이완구 의원(충남 부여·청양)과 6선의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 등이, 충북은 재선의 윤진식 의원(충북 충주) 등이 차출 대상으로 꼽힌다. 강원지사는 재선인 권성동(강원 강릉)·한기호(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본인들이 고사하고 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도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후보를) ‘청와대가 민다. 친박 주류가 민다’는 등 소위 ‘박심 마케팅’ 조장 사례가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대통령을 욕되게 하고 지방선거 필패를 부르는 해당 행위자들”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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