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필요했던 '대학 자퇴생'의 대기업 입사기…"알바로 제 적성을 찾았죠"

입력 2014-02-11 05:56   수정 2014-02-11 09:22

[ 노정동 기자 ]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올해 신규 채용예정 인원은 3만900명 가량이다. 지난해 청년실업자와 취업준비자가 약 93만명인 걸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국내 500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30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방법, 다른 생각으로 이 '바늘 구멍'을 통과한 낙타 같은 청년이 있다. 2013년 CJ그룹 '뉴파트타임잡(전문인턴제)' 제도를 통해 CJ푸드빌에 입사한 김정수 씨(24·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정규직 승격시험을 통과해 현재 CJ푸드빌이 운영하고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 빕스(VIPS)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CJ그룹은 일부 계열사에서 2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일정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전문인턴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른바 '스펙'보다는 직무적성과 업무적합도가 검증된 지원자를 뽑겠다는 취지다.

김 씨는 "단 한 번의 시험이 아닌 2년 이상의 아르바이트 과정에서의 근무 태도, 고객 응대, 동료들과 협업 능력 등 전반적인 것들을 모두 검토해 채용될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담당 매니저에게 이 일을 하고 싶다고 꾸준히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대방동 빕스(VIPS)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뉴파트타임잡(전문인턴제) 제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아르바이트생 중에서 2년 이상 일을 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담당 매니저의 평가와 일정 과정의 승격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매해 3월과 9월 두 차례 시험이 있다."

▶어떠한 계기로 전문인턴제에 지원하게 됐나?

"경영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을 자퇴했다. 생활비가 필요해 2007년부터 CJ푸드빌 빕스 대방점에서 스텝(아르바이트)으로 근무했다. 잠깐 휴직기를 거친 뒤 2011년부터 다시 대방점에서 스텝으로 일하던 중 '스페셜리스트(정규인턴)'로 전환됐다. 아르바이트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직접 해보니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 지속적으로 하게 됐다."

▶무조건 오래 일하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인가?

"과정이 있다. 스텝(아르바이트)->스페셜리스트->어시스턴트 매니저->매니저->부점장->점장 등의 단계가 있다. 스페셜리스트부터 정규 인턴이다. 스텝을 오래 한다고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매해 12월 진행되는 역량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야 하고, 3월과 9월 두 차례 진행되는 매니저 승격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역량평가와 승격시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달라

"역량평가는 스텝을 담당하는 점장과 매니저들을 통해 이뤄진다. 고객 서비스, 협업, 근무 태도 등을 평가한다. 승격시험은 실무영어, 위생, 간단한 조리법 등을 테스트한다. 2년 아르바이트 경력 후 이 과정을 통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역량평가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 동료직원들과 협업하는 능력 등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위기상황에서 이를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느냐도 본다."

▶전문인턴제로 입사했을 경우 장점은 무엇인가?

"2년 안팎의 경험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는 것이 전문인턴제다. 실제로 내가 이 업무에 적합한지 아닌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나도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일을 계속 하다보니 내 적성과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최종 목표는 점장이 되는 것이다. 스텝으로 일하는 동안 플로어(매장)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점장이 되기 위해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싶다. 점장이 돼 1등 점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본인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입사하기를 꿈꾸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스펙을 쌓는 대신 직접 경험을 통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인 만큼 이 일을 좋아해야 하고, 나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단 한번의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만큼 성실하게 근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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