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운용사에 펀드 맡겨
외국기업 투자 유도
[ 허란 / 오동혁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11일 오후 3시10분
“글로벌 인수합병(M&A) 펀드를 조성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겠다.”
최두환 성장사다리펀드 투자운영자문위원장(사진)은 “올해 500억~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M&A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트랜스링크캐피털, 알토스벤처스, 퍼시픽크레스트증권 등 해외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과 비공개 워크숍을 열어 펀드 조성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중소벤처기업 투자 지원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정책금융공사 등이 주축이 돼 작년 8월 설립했다. 펀드를 이끌고 있는 최 위원장은 “벤처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몰리면서 벤처기업 수는 2만8000여개로 늘었지만 정작 기업공개(IPO)나 M&A 등 국내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는 너무 적다”며 “좁은 국내시장에서 눈을 돌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투자도 받고 인수자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성장사다리펀드는 해외 운용사에 글로벌M&A펀드를 맡겨 성장성 있는 한국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M&A펀드의 세부적인 구조는 논의 중이다. 성장사다리펀드가 해외 벤처캐피털에 출자금의 상당 부분을 모아주고 국내 벤처기업에 대부분을 투자하도록 만드는 방식과 해외 벤처캐피털이 주축이 돼 만든 펀드에서 일부 자금을 국내 벤처에 출자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M&A 사례가 늘어나면 국내 M&A시장도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해외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한국 기업이 추후 10여개만 해외시장에서 M&A되더라도 그동안 벤처기업 인수에 소극적이던 한국 대기업들이 M&A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 투자를 꺼리는 주원인으로 지적되는 ‘복잡한 세금규제’에 대해서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위원장은 “해외 벤처캐피털은 한국의 세금규제가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도 “정부가 규제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세금과 규제 리스크가 상당 수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벤처캐피털이 자유롭게 한국 기업에 투자하게 되면 한국 벤처캐피털과도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오웨이브·유큐브미디어 대표, KT 신사업부문장(CTO) 등을 지낸 벤처 비즈니스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허란/오동혁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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