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지표는 부진…'통계왜곡' 논란
[ 베이징=김태완 기자 ] 중국 수출이 올 들어 깜짝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다른 경기지표들이 부진한 가운데 무역수치만 나홀로 호조를 보인 것이어서 통계 왜곡에 대한 의문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12일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수출은 207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 수입은 10.0% 증가한 1753억달러를 기록했다. 1월 무역흑자액은 319억달러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1월 수출입이 전년 동기에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수출이 2.0%, 수입은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1월 교역량은 선진국과 후진국 가리지 않고 고르게 증가했다. 최대 교역국인 미국, 유럽연합(EU)과의 교역량은 각각 11.9%와 17.7% 늘었다. 한국과도 9.2% 증가했고, 일본과는 10.6%나 증가했다. 반면 홍콩과의 교역액은 18.4% 줄었다. 선젠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수요가 모두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선진국 경기 회복이 중국의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HSBC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노무라증권 ANZ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날 일제히 중국의 1월 수출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벌 수요가 개선된 것은 맞지만 수출증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발표된 중국의 1월 제조업 PMI에서 수출주문지수는 49.3으로 2개월 연속 하향세였다. 더구나 올 1월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가 포함돼 있어 실제 조업일도 지난해보다 적었다. 작년에는 춘제가 2월9일이었다. 마샤오핑 HSBC 애널리스트는 “여러 변수를 감안해도 1월 수출 지표는 합리적인 설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양호하다”며 “수출업체들이 단기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또다시 ‘위장 수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홍콩으로의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장 수출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중국의 대홍콩 수출과 홍콩의 대중국수입액은 최대 70% 차이가 났다. 위안화 가치 상승 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수출을 위장해 홍콩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여 부동산과 금융상품 등에 투자한 결과다. 이에 따라 외환관리국은 지난해 5월 이후 홍콩과의 무역금융 등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실제 위안화는 지난해 달러에 비해 2.8% 올라 핫머니 유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현재 달러당 6.06위안인 위안화가치가 연말에는 달러당 5.8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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