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안재석 기자 ]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내부에서 추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경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일본은행 심의위원(한국의 금융통화위원)은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경제와 물가가 소폭 하락하는 상황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 경우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이상 통화량을 늘렸다가는 자칫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고 경제 전반에 거품만 끼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월부터 현재 5%인 소비세율을 8%로 올릴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소비세 증세로 인한 내수 위축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이 조만간 추가적인 금융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우치 위원은 “추가 완화를 실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물가가 오른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적완화보다는 일본 경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금융정책에 대한 의존도는 낮추는 대신 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 완화를 실시할 경우 경기가 조금 나빠질 때마다 계속 시장의 요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추가 완화 카드를 쉽게 꺼내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로 꼽았다.
일본은행은 작년 4월부터 시중통화량을 2년 내 두 배로 늘리기 위해 매달 7조엔가량의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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