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의 요청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모양이다. 발행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할 수 없으니 한은을 동원하자는 것이다. 한은은 이와 별도로 주택금융공사에 150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물론 정부의 고민을 모르지는 않는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경제 전체에 큰 잠재적 리스크다. 정부는 한은이 MBS를 사주면 발행금리 인하 효과가 생겨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재원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특혜성 정책자금 조달에 중앙은행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하다. 보금자리론은 대출기간이 최대 30년이다. 금리도 낮다. 올해엔 연 2.8%(10년)밖에 안 되는 ‘디딤돌’ 대출상품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대출실적과 MBS 발행규모는 각각 11조9047억원과 22조7000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올해 MBS 발행액은 24조원으로 더 늘어난다. 바로 이 때문에 한은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발상이 나왔다. 그러나 매우 좋지 않은 선례다.
통화정책은 보편적이며 무차별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특수목적의 부채조달에 발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가 걱정이라더니 아예 발권력까지 동원한다면 소가 웃지 않겠나. 더구나 정부 정책에 공기업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게 엊그제 대통령 발언이었다. 문제는 이런 신종 양적완화에 대해 정부 안에서 아무런 토론조차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회나 정치인들은 이런 일에는 아예 관심도 없다.
정부와 한은은 금융시장 안정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 발권력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화폐가치는 필연적으로 떨어진다. 바로 중앙은행의 타락, 화폐의 타락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Fed는 지금 양적완화로부터 철수하는 상황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아직 매달 7조엔가량의 국채를 사고 있지만, 내부에선 경계론이 비등하다. 이런 판에 정부와 한은은 본격적으로 발권력을 끌어다 쓰자(양적완화)는 것이다. 이런 꼼수도 없다. 허구한 날 독립투쟁한다던 한은 내부에서도 말이 없다. 더구나 한은 총재 교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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