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정치판도 흔들기 시작한 셰일가스

입력 2014-02-13 20:30   수정 2014-02-14 04:12

미국 에너지부가 일본에서 신청한 셰일가스 수입 건을 모두 허가했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는 주목을 끈다. 승인 내용을 보면 일본은 2017년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주 캐머런 등 4곳에서 연간 1700만t을 수입하게 된다. 캐나다 수입분을 포함하면 일본에서 연간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30%에 이르는 엄청난 물량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석유와 가스 수입 급증으로 지난해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셰일가스가 도입되면 액화 작업 및 해상 수송 등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일본 내 가스 가격이 지금보다 30%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의 비효율적 자원조달 행태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대규모 도입을 내세운 일본의 대미 외교는 동북아 태평양에서의 국제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이미 미치고 있다. 원래 미국은 FTA 체결국 이외에는 셰일가스 수출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에는 소량의 수출을 허용해왔지만 일본에는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본은 집요하게 미국산 셰일가스를 고집하면서 그동안 엄청난 로비를 해왔다. 그 노력이 이제 결실을 본 것이다. 일본의 가스 수송 루트는 당연히 미국 방위망에 포함돼 있다. 일본이 다른 지역의 가스가 아니라 굳이 미국산 가스를 고집한 배경에는 군사외교적 노림수도 있다. 집단 자위권 문제도 얽혀 있다. 미국을 뒷배 삼아 태평양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일본의 의지를 숨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셰일가스는 이미 경제적 이익을 넘어 외교나 국제 정치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전략 자원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앞서 미국의 셰일가스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외교에서 일본에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오바마를 어렵사리 한국에도 들르도록 만든 것이 현실이다. 한때 석유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셰일가스가 정치에까지 영향을 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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